아이폰 5의 번들 이어폰이 이어팟이 꽤나 좋은 소리를 내준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얼리어답터가 아닌 관계로 그냥 기존에 갖고 있던 쿼드비트, 일명 쥐어폰으로 열심히 음악과 팟캐스트를 듣고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 시리즈가 끝난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작년 말 쿼드비트 구입을 함께 했던 회사 선배님이 이번에 아이폰 5로 업글을 하시며 이어팟을 잠시 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쿼드비트와 이어팟을 비교해가며 들어볼 기회를 가져봤습니다. 간단히 이어팟에 대한 개인적인 청음 느낌을 남겨볼까 합니다.
일단 이어팟은 인이어 혹은 커널형 이어폰인 쿼드비트와 달리 오픈형 이어폰입니다.
오픈형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착용감 그리고 내부 소음에 강하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 소음은(그냥 제가 그렇게 써본 것인긴 한데) 이어폰 선이나 턱관절, 이빨 부딪히는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 이어폰 자체 혹은 사용자 내부에서 기인하는 소음을 의미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커널형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이런 내부소음이었거든요. 물론 커널형 이어폰을 끼고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들으면 이런 소음이 안 나겠지만, 걸어다니며 음악들을 때 케이블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참 많이 거슬리더군요.
일단 이어팟은 좀 요상하게 생겼는데 막상 귀에 꽂으니 귀의 구조에 전혀 거슬림 없이 안착되는 느낌입니다. 오픈형 중 귀에 닿는 부분이 안 맞는 것은 인이어 타입보다 훨씬 불편했는데 이어팟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네요.
소리는 전 영역대가 충실히 재생되는데 그 중에서 저역대가 인상적입니다. 드럼이나 콘트라베이스의 음이 요렇게 작은 이어폰에서 나는 음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충실하게 재생되는 느낌입니다.
베이스 소리가 싸구려스럽지 않게 소리나면, 그 위에 얹어지는 사람 목소리와 중고역대의 악기 소리들이 참 리드미컬하고 분위기가 풍성하게 들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어팟이 그런 고급스러우면서 풍성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스네어 드럼이 내는 소리와 같은 고역대의 소리는 조금은 부족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오픈형 이어폰이 태생적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커널형보다는 밀착이 덜 될테니 말이죠.
<이어팟>
장점 : 전영역대의 고른 재생력. 특히 저음이 아주 좋음. 귀에 살포시 얹어지는 느낌. 케이블 부딪히는 소리가 안 나서 좋음.
단점 : 상대적으로 약간 부족한 느낌의 고음. 쬐금 비싼 값.
같은 음악을 쿼드비트로 들어보면 이 쿼드비트는 딱 이어팟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어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쿼드비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해상도가 좋다는 것인데, 중고음역은 정말 이 가격대의 이어폰에서는 따라올 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팟보다도 해상도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통 고음역이 좋으면 치찰음이 거슬리게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쿼드비트가 딱 그렇습니다. 고음역이 좋으면서 치찰음이 안 들리려면 아마도 고음역 재생 특성이 일정하거나 부드럽게 감소해야 할텐데, 아마도 쿼드비트는 이 영역대의 재생 특성이 조금 거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쿼드비트의 저역은 이어팟보다 부족하네요. 이어팟의 드럼 소리가 훨씬 좋게 들립니다.
<쿼드비트>
장점 : 중고역대의 해상도는 동급 최강. 가격대 성능비 좋음.
단점 : 고역대 치찰음. 음악을 움직이며 들을 때 케이블 소리,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
제게 쿼드비트랑 이어팟 중 어느 것으로 음악을 들을지 물어본다면, 이어팟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4만원의 이어팟과 1만 8천원의 쿼드비트 중 직접 돈을 주고 사서 들으라고 한다면 전 저렴한 쿼드비트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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