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즐겨찾기추가
로그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밀번호찾기 | 장바구니 모바일모드
홈으로 와싸다닷컴 일반 상세보기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수필] 부끄러운 내 삶, 후회와 병의 극복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3-01-10 10:38:02
추천수 7
조회수   1,564

제목

[수필] 부끄러운 내 삶, 후회와 병의 극복

글쓴이

박준석 [가입일자 : 2012-04-17]
내용
오랜만에 펜을 든다.



다른 외부 현상에 대해 여차여차 말하기는 싫다. 나는 많이 알지도 않고 깊이도 없으며, 평론가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니다. 나는 오로지 나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한때 얼간이였고 많은 글을 실용오디오에 남겼다. 처음에는 추상적인 이념들에 대해 말했고 후에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해 말했다. 나는 타자적인 것, 내 밖의 현상들에 대해 이런 색깔이다, 저런 색깔이다 프레임을 규정했으나 그것은 못 배운 자의 주절거림에, 철없는 젊은이의 산만한 이론 같지 않은 글 내지 하소연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은 보이는데 정작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나 자신에 대한 진정성에서 멀어지고, 내 존재가 현실적으로 행복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실존적 차원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글을 써서 실용오디오에서 한 일은 분명히 ‘개짓’거리(세월낭비)였을 것이다. 나는 나를 추슬러서 좀더 바람직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인터넷 상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올리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21세기에 인터넷 상의 활동은 이미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현실세계에서 친구나 애인과 만나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공부를 하는 모든 사람들(수험생, 만학도, 학자)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향기를 맡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정말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명상적인 성격이 아닌 한,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혼자만으로는 고독해서 살아갈 수 없다.



원점으로 돌아오자.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는 것을 삶의 상위목적으로 둬서는 안 된다.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다. 현실의 나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찌질이요, 이대로 산다면 히키코모리 밖에 더 되겠는가. 아니, 그런 세속적인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나는 학문과 예술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또한 내가 갈겨 쓴 만연체의 산만한 글들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읽어왔다는 사실에 수치심이 느껴졌다.



내가 인터넷 상에 나서서 이것은 이렇다, 저것은 저렇다할 입장이 아니었다. 나는 내 영혼구조의 기초부터 철저히 뜯어고쳐 새롭게 거듭나야 했다. 대학의 국문과나 철학과, 문예창작과에 가서 제대로 된 학문적 내용을 교수한테 전수받고, 교우관계도 가지고 제대로 된 연애도 해봐야 했다. 내가 정말 인터넷 상에 자주 올리는 잔글로 세월 낭비하는 것을 내 자유의지로 가로막고, 제도권 교육이라고 내가 자주 부르며 비판하던 그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스물여섯 먹으면서 최소 고등학교(인문계 상위권 고교, 난 거기서도 상위권이었다. 그래봤자 강남 강북 고교에 비하면 우물 안 개구리겠지만)를 졸업하고 5년 동안 책만 몇 자 읽고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허송세월 보낸 건 아니었다. 중간 중간에 어설프게 제도권 공부를 했다. 그건 정말 도움이 안 되었다. 정말로 학인으로써 큰일을 해보려면 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유용한 방도라고 생각되었다. 장기적인 면에서 밟아야 할 큰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없었다. 내게는 원초적 비애(쉽게 말해 멜랑콜리형 우울증) 말고도 또 다른 수능시작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있었다. 내 존재가 공허가고 하는 말만 번지르르 기상이 높았다. 솔직히 말해서 공부든 책이든 집중할 수 없었다. 젊은 정신의 힘은 있었다. 문제는 그게 분산이 되고 정리가 안 되며 왜곡된다는 것이었다. 사실대로 토설하자면 부끄럽게도 “쓰고 내뱉는 정력은 넘치나, 읽고 받아들이는 정력은 제로였다.” 그래서 내가 이 나이 먹고도 대학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것이다. 천재성의 숨결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바뀔 필요성을 깨달았다. 혹자는 나보고 떠벌이라고 한 적이 있다. 사실 그랬다.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내 지식이나 지혜의 양과 깊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용오디오에서 활동하는 것이 처음에는 즐거움이었으나 황보석 선생님께 못할 말을 하고 나서부터 괴로워졌다. 그런데 전적으로 황선생님에 대한 내 폐륜이 실용오디오에서의 내 환멸과 편집증의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외부적인 데 근거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나 ‘자신’에게 있었다. 내 재능과 정신세계와 지적 생활이 한계의 벽에 부딪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삶에 대한 내 마음가짐도 비뚤어지고 조각나 있었다. 나는 힘들게 살아왔고, 상처가 많았고, 즉 내부적으로 망가져 있었다. 즉 나는 비어있었고 세상은 뚜렷했다. 나는 오류의 존재이자 기만과 거짓의 존재였다. 모든 게 어긋나 있었다. 나는 그릇됨에 너무나 가까워져 있었다.



그동안 여러 실용오디오의 경험 많은 선생님들께 질정을 들었다. 주로 대학에 가라는 것, 기초가 부실하다는 것, 철학과 사상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 성격에 조심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점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 내가 우울증뿐만 아니라 성인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우울증과 이 병이 겹쳐있었던 것 같다. 하기야 병명으로 따지고 보면 사회공포증이라든가 심기증, 관계사고, 인격장애, 불면증, paranoid까지 규정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병명이야 얼마든지 갖다 붙이면 붙일 수 있다. 전문가(전공의)가 아닌 5년 동안 취미로 정신의학과 약리학을 배우며 임상을 경험한 나조차, 내게 병명을 생성해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자(나)가 그리는 궤적, 그 스펙트럼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환우의 신체적 기질과 거기에 반응하는 약물의 지향성과 조합능력이 중요하다. 범주적 사고는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그리고 외람된 얘기지만 한 개인의 운명이 그의 행복과 실존을 좌지우지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향정신성 약물과 특정한 정신과의사와 그 시대상황을 접하는 것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운명이니까. 하기야 나는 지금껏 살면서 의사들의 강압적이거니와 편파적이고 편협한 치료를 받았다. 결국 1년 간의 슬럼프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병원을 옮겼다. 의정부 성모대학병원에서 의정부 힐링스 병원으로. 다행히도 나와 쿵짝이 잘 맞는 의사를 만났고 그분의 임상적 지혜로 나는 강력한 각성제인 콘서타 최고용량을 먹게 되었고 최고용량에서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까지 올려주는 강력한 항우울제인 이팩사를 임상 최고용량으로 먹었다. 대학교수와는 다르게 그 선생님은 수면제도 편하게 스틸녹스와 할시온을 일일 지어주었다. 그 외에도 이분의 진보적인 의학에 대한 태도는 나조차도 경외심을 갖게 만든다. 덧붙이자면 나의 주치의는 인격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다. 환자 앞에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마치 말이 통하는 친구처럼, 다정한 아버지처럼, 무교인 내게 있어 그분은 곧 나의 신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잘못 산 건 확실하다. 1년, 아니 3년, 아니 5년 간 상상하기도 싫은 슬럼프를 겪었고, 이를 겪든 안 겪든 무관하게 나는 본격적으로 나를, 내 상처를, 내 정신병을 이해해야 했다. 그것이 제일 중요했다.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생각만으로 상처받은 정신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는 정신과약의 복합적인 작용은 한 개인의 인격을 뒤바꿔놓을 수는 없어도, 잘 맞게 복합처방하면 그 사람의 전부를 바꿀 수도 있다.



정신의학에는 전문적인 체계가 있다. 정신과 약은 단순히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자死者의 약은 아니다. 향정신성 약이 국내에 발매된 건 꽤 많은 종류고, 미국에 가면 그 10배가 넘는 향정신성 약들이 FDA의 승인을 받아 처방되고 있다. 암페타민이라고 들어보셨는지? 한국에서 소위 히로뽕이라고 하는 종류다. 미국에선 학습장애에 에더럴xr이 잘 나가는데, 에더럴은 암페타민이라는 강력한 각성제이자 한국에서는 마약류로 평가받는 약인데, 이성질체인 4배 더 강력한 덱스트로 암페타민과 메타암페타민(한국에서 히로뽕이라고 명명, 한국에서는 가지고만 있어도 징역 2년, 집행유예 없음)믹스해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약으로 등장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인지하고 있는 정신과약은 재워주는 약, 사람구실 못 하게 하는 약이다. 하지만 아니다. 수많은 정신과약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 유전적으로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었다. 아직 미국의 많은 약들이 한국에 발매가 안 된 점을 나의 어머니가 애석해 하지만, 언젠가 자본의 힘으로 그것들이 전부 들어올 것이다.



철학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조금 팔아 17만 원 정도 생겼는데, 아무래도 제도권 공부에 쏟아 붓든,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걸 경험해서 좀더 넓은 안목을 갖고 공부하고 싶다.



황보석 선생님은 나와 갈라섰지만, 갈라선 후로도 자기의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한다. 그것은 서울대 4년 등록금을 대신 내 주는 거다. 물론 내가 서울대 철학과에 가지 못하면 이 약속은 허탕이 될 것이리라. 그분은 나의 천재성을 믿었고, 내가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제나 염려해두고 계셨다. 당시에는 ADHD 때문에 내 정신세계가 어지러 웠지만,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갈 자신이 있다.



인간은 패배주의와 염세적 사고, 회한에 젖어서는 안 된다. 오직 나아가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계속 미지의 세계로 걸어갔듯이.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정형진 2013-01-10 10:46:56
답글

멋집니다. 더 힘내세요!

  • 광고문의 결제관련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