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애플빠라고 할만큼 애플 기기를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효용이 별로 많지 않아 IT 기기를 주렁주렁 많이 가질 형편도 못됩니다.
그런데 아이패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써봅니다.
애플이 마케팅에서는 욕을 많이 먹지만,
애플이 돈을 먹인 것도 아닌데, 사생팬처럼 목숨걸고 그 편을 드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삼성을 그렇게 목숨걸고 비호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네요)
그만큼 사람들을 뿅 가게 하는 뭔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빠인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봅니다. 그렇게 옹호한다고 애플이 알고 자기한테 아이폰 하나 던져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그만큼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은 거죠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제가 문득 생각이 난 이유가 되는 예)
제 아이패드 화면에 지금 'Daum'이라는 어플이 있는데,
오른쪽 위 배지(애플시스템인데 업데이트 등이 되면 숫자가 써집니다)에 '4'라고 숫자가 써져 있습니다.
아이패드에서 저 뜻은 '업데이트 할 게 4개 있다' 혹은 '내가 보아야 할 글이 4개 있다'라는 뜻이죠.
이 시스템 자체도 굉장히 놀라운 겁니다. 정말 편리한 기능이죠. 애플이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런데.....제가 '어? 누군가가 내 글에 리플을 달았나?'('다음' 어플에서 배지 숫자는 내가 쓴 글에 리플이 달리거나 할 때에도 숫자가 올라가니까요)하는 생각이 들어서 누르고 들어가면, 어플 안에서 진짜 업데이트나 리플 숫자는 '0'입니다. 이미 본 거란 거죠.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면, Daum 어플은
1) 새 메일이 오거나
2) 내가 쓴 글에 리플이 달리거나
3) 내가 쓴 글을 누가 퍼가거나
4) 업데이트 할 것이 있거나
할 때.....다 저 배지 숫자가 써집니다.
그런데 들어가 보면 새 글이 없는 건,
아이패드에서 그 어플을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컴퓨터 등에서 이미 메일이나 리플을 확인한 경우죠. 즉.....바탕화면의 아이콘에는 배지 숫자가 표시되는데, 정작 들어가보면 새로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바탕화면과 불일치가 일어나는 겁니다. 즉....이 어플은 자기를 실행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변경내용을 고치는 기능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걸 만든 사람의 사고는 수평적이죠. 모든 사람이 이 어플로만 확인할 때나 숫자가 맞는 겁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죠. 철저히 제작자 지 생각대로입니다.
자.....그러면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럼....다른 어플들도 다 그러냐?
문제는 그겁니다. 전혀 아니란 거죠.
예를 들어 아이패드 자체에 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이 기본내장되어 있죠.
분명 새 메일이 있으면 숫자가 표시됩니다만,
제가 컴퓨터로 그 메일을 읽어버리면 배지 숫자는 올라갔다가도 나중에 다시 없는 걸로 알아서 바뀝니다.
즉.......사용자가 공연히 삽질할 필요가 없는거죠.
Daum 어플을 쓰면서는 (제가 아이패드보다 주로 컴퓨터 앞에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배지 숫자가 이제는 실제와 안맞고 이미 다 확인한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저 숫자는 틀렸다'고 인식을 하고 봅니다. 이런 멍충이같은 짓이 어딘답니까?
사용자가 이 어플을 쓰면 끊임없이 삽질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저건 틀렸어'가 고정됩니다. 말하자면.....최소 이 어플에서 저 배지 기능은 아무 쓰잘데 없는 기능인 거죠. 정말 편리한 기능인데, 적어도 이 어플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기능입니다.
이게 바로......'섬세함의 차이'이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섬세함의 차이'입니다.
저는 과연 Daum이 기술력이 없어서 이걸 구현 못하느냐?.....아니라고 봅니다.
분명히 기술력으로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하지 못하느냐? 문제는......그들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기를 바라보지 않고 제작자의 입장에서밖에 기기를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사용할 때 편리한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자기들이 그걸 만들어 내는데에만 포커스가 있습니다.
게다가......우리나라 IT계통 제작자들....대부분의 경우 극심한 제한시간의 압박과 비창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세세한 것에서 만족을 느낄만한 시스템을 만들기 보다는, 윗사람에게 지적당하지 않을 정도를 한다는 것이지요. 과연 거기에서.....좋은 제품이 나올까요?
저는 근본적으로 삼성물건이 애플물건과 다른 점이 이런 거라 봅니다.
삼성....카피의 제왕이죠.
하지만 (요즘은 정확히 잘 모르지만) 수년 전에 제 주위에 삼성 다니는 사람 많았을 때....근무조건 보면 기도 안 찼습니다. 매일 밤 11시, 12시는 기본이고, 사람 쥐어짜고, 감시하고, 과업을 만들어 내게끔 압박하고........과연 이런 환경 속에서....우리가 흔히 인터넷에서 '구글본사의 놀라운 작업환경' 같은 걸 찾아보면서 느낄 수 있는....그런 여유로움과 창조력이....나올 수 있을까요?
근본적으로 이길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삼성이 애플을 앞서고 있는 것이 절대 삼성의 힘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삼성은.....절대 지들 스스로가 개발한 것으로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습니다.
애플이 이미 해 놓은 것을 끝없이 카피해서 그 자리에 올랐죠. 자....그럼 만약 삼성이 1위 독주를 하고 애플이 망했다 칩시다. 경쟁상대 없는 1위인 삼성이 애플이 하는 걸 해낼 수 있을까요? 저는 못한다 봅니다. 직원의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즉.....섬세함을......따라올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제품(저는 PDA를 20년 가까이 써온 사람입니다)......사용자가 기능을 익혀서, 제작자가 맞추어 놓은 시스템에 '적응'을 해야 되는 분위기였지, 애플처럼 저렇게 사람이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손으로 가볍게 그리고 터치할 수 있는 시스템, 화면을 슬라이드 하면 넘어가는 시스템.....이런 것들이 본질적으로는 '기술능력의 첨단화'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서 나온 기술들입니다. 삼성이 그걸 할까요? 갖은 특혜와 정부의 비호 속에 있는 집단이.....과연 그렇게 할까요? 차라리...."내가 스탠다드를 만들테니, 소비자 너희는 우리가 정한 대로 따라와!"....이게 삼성 마인드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글이 길어졌지만 요지는 그겁니다.
Daum 어플을 쓰면서, 한국기업들이 소비자의 이런 사소한 점들 하나도 제대로 기술개발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말 그대로 '섬세함의 차이'입니다. 이것을 극복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인간적 기술이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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