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9인방이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난 것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폭발하고 있다.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긴 것도 모자라 해를 넘겨 2013년 예산을 처리하는 사상 초유의 늑장 처리 사태를 야기하고도 곧바로 외유성 비행기에 몸을 실은 국회의원의 행태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 중 중남미로 간 일행은 1일 오전 6시쯤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후 불과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쯤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외유계획 수립→사전 항공권 예약→예산안 늑장 처리→9시간 만의 비행기 탑승과 외유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들 9명에는 장윤석(새누리당) 국회 예결위원장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호텔방을 오가며 밀실 계수조정을 통해 올해 예산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들과 함께 외유를 떠난 나머지는 새누리당 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 민주당 민홍철·안규백·홍영표 의원 등 모두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1일 오전 6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인 이날 낮과 2일 두 차례에 걸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 위원장은 김재경·권성동·안규백·민홍철 의원과 함께 11일까지 10박 11일 일정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3개국을 둘러본다. 김학용·최재성 간사는 김성태·홍영표 의원과 함께 아프리카의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을 둘러보는 일정을 잡았다. 모두 지구 남반구에 있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의 해외 출장 명분은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정치 문화나 정부 시스템이 한국보다 나을 게 없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예산심사 시스템’에서 무얼 어떻게 배운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원들이 아무리 명분을 만들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난다지만 이번 예결위원들의 출장은 명분도 너무 없고 사상 초유의 늑장 처리를 벌인 직후 떠나 시점도 너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해외 출장에 드는 경비는 모두 국회 예결위 예산에서 충당돼 총 1억5000여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개혁과 의원특권 폐지, 국회선진화를 약속한 19대 국회라면 외유성 해외 출장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