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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겨울 근황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12-25 10:27:15
추천수 1
조회수   590

제목

수필 나의 겨울 근황

글쓴이

박준석 [가입일자 : 2012-04-17]
내용
항우울제로는 부족해서 각성제를 최고용량으로 지었습니다. 제가 원래 주의력결핍이 있거든요.



지긋지긋한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유년기부터시달려왔던



















삶은 공교롭게 지탱된다. 운명이 나를 선택했고, 나는 정밀하게 직조된 비전의 길에서 늦게나마 배회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다. 나는 오래도록 죽어있었다. 침침한 무덤 안에서 나는 무상을 배웠다. 그리고 세속은 언제나 내 존재 멀리서 대척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섬세하고 섬뜩한 정신, 짜릿한 생의 지속과 앎을 원했다. 나는 사물의 연장과 존재의 정신적 동일성을 갈구했다. 단절되어 갈가리 조각난 기능으로서의 인생은 악몽이었다. 언어가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다듬어서 하나의 체계를 만들기 때문에 내게는 무엇보다 필요했다. 언어가 의식을 가로지르면서 진정으로 성숙한 정신이 구축되고, 표현과 사유 양자의 차이는 비스듬하게 저편으로 미끄러진다.















글쓰기에는 항상 수많은 고독이 함께하며, 허공에 자기를 드러내 보이는 연쇄적인 표출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쓰고 있는 순간의 율동을 이해하면서 거기에 맞춰 추는 안무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글은 곧 인생의 궤적이자 사고의 회로가 되며, 나아가 영혼을 반영하는 등불이 된다. 이리하여 글과 함께 자아의 원숙함은 바다와 태양의 합일처럼 한결로서 녹아드는 것이다.















빛은 무심하게 번진다. 번지는 농도에 따라 감정의 색깔이 달라지고, 떠올리는 기억의 조각도 그 색채를 달리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우울, 불가해한 생에 대한 슬픔, 무미건조한 권태,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것. 이따금 마을 뒤편 시골길에 나가 남의 집 개의 턱 밑을 만져서 부드럽게 얼러준다. 개는 나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내가 어떤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지 직감적으로 판단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개를 무척 좋아했다. 차가운 햇빛이 겨울의 오후에 사영을 그린다. 빈촌의 공기는 순결하다. 오래도록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내게서 결코 도망칠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을 철저히 개발하고 개척해나가는 수밖에. 탈주로는 막혀있었다. 본디 인생은 흐르는 것이고 이 흐름에 몸을 내맡겨야 한다. 이 흐름을 멈출 수 있는 건 순간적인 것, 한시적인 것에 영원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죽음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것뿐. 따라서 이념의 세계는 현상계의 침투를 막을 수 없고, 드높은 사유는 구체적인 논리에 의해 반박된다.















우울증은 나의 내부를 강렬하게 휘젓는다. 밀려드는 박명은 나를 어설프게 관조하게 만든다. 형광등이 희미하게 방 안을 어슴푸레 밝혀놓지만, 나는 이 방과도, 내 존재와도 너무 멀리 떨어져있다. 나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그렇다. 나는 이미 자유의지에 대한 권리의 포기를 선택했다. 사건의 모럴을 관통하는 복합적인 필연성의 구조는 내게 그 어떤 우연도 없다고 지시했고, 돌연 이 삼라만상은 상호조응하는 관계를 따라 유기적으로 구축된 데자뷰의 세계로서 다가왔고, 거기에는 그 어떤 존재자의 자맥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여, 나는 내 세계에서도 주인공이 아니다. 세계가 나를 너무 선명하게 비추지만, 내가 세계를 구현하기에는 너무나 긴 걸음을, 준비 없는 무분별한 도정을 거쳐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평생 고독했지만, 그 어떤 타자도 나의 가슴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의식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의식이 내게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자기기만을 선고했다. 나는 진정성에서 소외되었다. 따라서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반대로, 일어서서 나를 확립하기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깊었다. 이미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할 말을 잃었고, 나 스스로에게 있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자명하게 규정할 프레임을 구명할 수 없었다. 일상 속에서 나는 지나치게 탁마되었고, 조심스러워졌다. 이제 나는 어떤 것에 대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비판하지도 않고, 칭찬하지도 않는다.















겨울의 새하얀 햇빛이 내 발가락을 무척이나 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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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2-12-25 10:32:46
답글

준석님에게 은총이 내리길....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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