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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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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15:5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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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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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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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가입일자 : 2000-10-2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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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적인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정확하게 나의 성향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그걸 분별할만한 정치적 식견이나 공부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적 발언을 가급적 삼가한다. 뭇 소시민들처럼 정치를 감성적으로 대하기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죽도록 혐오하기도 하고 또 누구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 스스로도 놀라울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열망이 깊었던만큼 상흔이 장난 아니다.
나는 삶과 일상이라는 승용차의 주행장치가 정치이고, 그 운전수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센스를 가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운전수를 믿고 잔소리를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다. 조수석에 앉아서 보는 세상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보는 세상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내 불안하고 끝없이 불신하게 되지 않던가. 내 마음처럼 운전하는 놈은 한 놈도 없다. 그래서 조수석은 마음을 수양하고 인내를 배워야 하는 자리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에라, 속 편하게 잠이나 자자 하고, 조수석에 앉아 잠을 청하지도 못하는 부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러니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나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나 운전을 누군가에게 맡겼으면, 그를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선은 믿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승객들끼리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페북 이웃들의 상심이 깊고 열렬했던 만큼 열패감도 깊은 것을 알지만 절망해 있으면, 또 한번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총알이 박힌 것처럼 심장이 아프지만, 나는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다. 내가 탄 차를 같이 타고 가는 승객 중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도 그의 방식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따뜻하고 올곧은 보수도 있고, 비판적인 진보가 있듯이 비판적인 보수도 내 옆에 소중한 친구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임이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악수를 나누고 포옹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텔레비전에서 우리가 늘 봐왔던 모습이고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모습이다. 싫지만, 힘들지만 나는 포옹하기로 했다. 나와 지지자가 달랐던 그와 끝까지 절교하지 않고 그를 차단하지 않은 일은 참 잘한 일이다. 곁에 두고 그를 지켜볼 생각이다. 내가 모르는, 내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 것이다. 그도 나처럼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일본과 축구 붙으면 그도 밤을 새워 응원하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내 친구가 맞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하지 않다. 우리는 좁은 반도라서 사랑하고 포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강해야 팔을 벌리고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운전수 양반, 과속하지 말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잘 가주쇼. 당신, 정말 잘 해야 해! 그나 나나 같은 차에 탔고 같은 마음인 건 틀림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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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제 페친이 남긴 글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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