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이태준의 소설 패강랭(浿江冷)의 말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주역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는군요.
서리를 밟거든 얼음이 올 것을 각오라하는 뜻입니다.
어제 6시 이후 TV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떨려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저쪽도 내 이웃이고, 친지이고, 친구니 어쩌랴... 이것이 곧 우리이고 나의 모습인 것을...
얼마나 더 호되게 당해야 정신을 차릴까, 서리를 밟으면서도 얼음이 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저 어리석음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면서도,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에 요모양 요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고 애써 자위해보지만, 하지만 너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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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 한참 난간에 의지해 섰다가 슬리퍼를 신은 채 강가로 내려왔다. 강에는 배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바람은 없으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강가에 흩어진 나뭇잎들은 서릿발이 끼쳐 은종이처럼 번뜩인다. 번뜩이는 것을 찾아 하나씩 밟아 본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주역(周易)에 있는 말이 생각났다. 서리를 밟거든 그 뒤에 얼음이 올 것을 각오하란 말이다. 현은 술이 확 깬다. 저고리 섶을 여미나 찬 기운은 품 속에 사무친다. 담배를 피우려 하나 성냥이 없다.
"이상견빙지…… 이상견빙지……."
밤 강물은 시체와 같이 차고 고요하다. <三千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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