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바로 여기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속에서 모두 멸망하게 되었구나.
무릇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기약하는 자는 목숨을 얻을 것이니,
여러분들은 어찌 이를 헤아리지 못하는가?
영환은 다만 한 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임금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노라.
영환은 죽되 죽지 아니하고, 구천에서도 여러분을 기필코 도울 것이니,
바라건대 우리 동포 형제들은 더욱 분발하여 힘쓰기를 더하고
그대들의 뜻과 기개를 굳건히 하여 배움에 힘쓰고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의 자주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나도 마땅히 저 어둡고 아득한 저승에서나마
기뻐 웃으리로다.
오호라,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우리 대한제국 2천만 동포에게 마지막으로 고하노라.
- 충정공 민영환 선생…
민씨 가문의 훈구 관료였으나 서세동점의 실상을 해외에서 목격하면서
개화, 애국의 길로 방향을 튼 분이지요.
수구에서 양심적 정치인으로 전향한 사례라면 최초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망해가는 나라를 살려 보려고 개혁에 전력 투신했지만
수구 세력의 비토와 일본의 압력으로 권력에서 밀려나고,
을사늑약을 끝까지 막아 보려고 했으나 끝내 좌절되어
이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신 분 아닙니까.
새삼 생각이 나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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