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페북에서 허락을 맡고,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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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친구들과, 나 스스로에게 쓰는 위로의 편지.
(제18대 대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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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표방송을 보면서 처음 생각난 것은...
87년 대선과 1910년 한일합방이었습니다.
민주화가 아닌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라가 사라졌을 때, 당시에 깨어있던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감은 어느 정도 였을지...
"우리가 지금 누리는 시민권은 그런 절망을 견디고, 인내하며 이룩해온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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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습니다.
이 결과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해외의 선교사님까지.
그 사람이 희망이 될 것 같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드디어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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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결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은 48%라는 숫자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군부독재세력의 잔재였던 김종필과 손을 잡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세력이었던 정몽준과 손을 잡았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민주/개혁/진보 만으로는 대통령에 도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후보는 달랐습니다. 군부독재세력이나 재벌세력, 즉 이 사회의 기득권과 손잡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48%의 높은 지지율을 얻어낸 것입니다.
이로서 민주/개혁/진보라는 가치가 드디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고 보여집니다. (지난 총선부터)
그렇기 때문에 실망스럽지만,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역사의 진보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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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주목한 것은... 어째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라는 결과였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했을 겁니다. 되면 안된다고. 개인적인 이유를 떠나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인도네시아나 태국에서 벌어졌던 웃기는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이 바짝 듭니다.
"아... 현실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우리나라가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는데... 정치적으로는 정말 후진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벌써 묻는다고 합니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며?"
역사의 진보를 믿고, 민주/개혁/진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수이고, 주류가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인하여 그런 가치가 이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해 주었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은 그 과업을 나에게 요구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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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역사의 발전을 믿었던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들의 유산위에 여전히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제 그 선배들의 뒤를 쫒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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