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오디오질에 열을 올리다, 이제는 헤어져버린 옛연인에 대한 생각으로 튜너를 들였습니다.

이 오디오 취미를 가지게 된 것도 음악 듣기 좋아하던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악을 같이 듣고 싶어 시작했던게 동기였었는데... 언젠가부터 주객이 바뀌어버렸단 생각마저 드네요.

유희열과 93.1채널을 좋아하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제게 라디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주진 않았을까 합니다. 언젠가 정신이 들어보니 인천까지 달려가 상기 Pionee TX-7500을 구입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변변한 안테나 없이, AV리시버를 구매할때 같이온 막선 안테나를 사용하며 듣는 라디오는 노이즈 낀 소리로 잡히지 않는 주파수마냥 추억마저 떠올리기엔 뿌옇게 칠해져 있었던거 같습니다.

기왕에 산 튜너이고, 워낙 포터안테나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었던지라 아니면 라디오는 접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포터안테나를 구매하여 오늘 수령하고 지금 93.1을 듣고 있습니다.

비가오는 날씨라 유난히 오디오 소리가 좋아서 그럴까요? 아니 1칸도 넘기기 힘들던 주파수세기는 거의 대부분 채널에서 5를 넘어 바늘이 튀어나갈듯이 치솟고, 잡기마저 힘들던 93.1채널도 4칸 이상을 꾸준히 보여주네요..

정말 튜너 듣는분들이 얘기하시던 CD음질이다라는 얘기를 믿어본 적이 없었는데, 최소 저가형 CDP음질은 충분히 넘어서는 소리가 나옵니다.

방금은 세상은아름다워의 주제가를 들으면서 너무나 라디오를 좋아했던 그녀를 떠올렸고, 이 음악을 같이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후회에 가슴이 뚫려버렸고, 비는 하늘을 뚫어버릴듯이 내립니다. 라디오에선 세상의모든음악 방송이 흘러나오고, 다시금 그녀의모든추억이 지나가네요...

2만원으로 추억을 선물받은 날인 것 같습니다.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은 추억을요..

이한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