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싸다 생활, 그럭저럭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10년을 넘겼을 수도 있습니다.
네, 그 흔한 눈팅족이었습니다.
내게 필요한 정보나 얻어가고, 어쩌다 벌어지는 싸움구경이나 하고, 그랬습니다.
한때 자주 들르던 커뮤니티에서 논쟁에 뛰어들었다가
사람이 악귀가 되는 경험을 한 뒤로는 가능하면 인터넷 논쟁을 피하고 살았습니다.
그랬는데, 결국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참 악마구리 같은 인간들이 많습니다.
악마구리와 싸우다가 자칫하면 나도 악마구리처럼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전두환 개백정이 탱크로 민주를 깔아뭉개던 그 1980년의 봄처럼이나
참담하고 참담한 2012년의 겨울입니다.
어찌어찌 밥벌이 일이 얽히다 보니 제 또래의 다른 이들에 비해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납니다.
그 젊은 친구들이 어젯밤 쏟아놓는 탄식과 절규가 저를 아프게 합니다.
부끄러워 숨고만 싶게 만듭니다.
이 반듯한 청년들을,
이 지독한 비도덕 대한민국에서도 끝내 선한 심성과 의지를 지켜온 청년들을
절망에 빠트린 죄가 크고도 큽니다.
그 청년들이 목놓아 울부짖습니다.
앞으로 20년 안에는 결혼을 안 하겠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은 아이를 낳지 않겠답니다....
동물원에 갖힌 짐승들은 짝짓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아주 많답니다.
새끼들에게 참혹한 미래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최후의 몸부림입니다.
저는 청년들의 저 말이 단순한 울분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씨앗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독일의 여성 화가 케테 콜비츠를 기억합니다.
어린 후배들을 지켜야 합니다.
형, 선배, 삼촌, 아저씨, 호칭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 기성세대가
그 어린 친구들이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 기호 2번을 찍은 48퍼센트에는
20대와 30대와 40대와 50대와 60대가 다 함께 있었다고,
이번엔 우리가 쪽수에서 조금, 아주 조금 밀렸을 뿐이라고,
다음 번에 안 되면 그 다음 번에라도 한번 더 붙어보자고,
자유를 쉽게 단번에 얻어낸 민족은 역사상 하나도 없었다고,
그러니 실컷 슬퍼하자고, 그 다음에 눈물을 닦고 다시 싸우러 가자고
어린 친구들을 북돋우어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 더 치열하게 더러운 과거를 파헤치자고,
앞으로의 5년, 조금이라도 더러운 짓거리를 덜 저지르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뜨자고
그 처진 어깨에 한 팔 밀어넣어 지탱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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