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축제의 밤이 될 줄 알았지만, 아직 이 땅의 겨울은 그리 녹록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무엇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가져 왔을까, 곱씹고 또 곱씹으며 걸었습니다.
후배가 사 준 청주 반 병은 조금도 취기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저녁에 먹은 밥이 자정이 넘도록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걷다가 당신을 만났습니다.
플래카드 속 당신의 얼굴은 참 점잖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그리고 우리는 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몰염치와 염치가 싸우면, 부도덕과 도덕이 싸우면,
그 승패는 애초에 정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많은, 적어도 이 나라의 48%의 국민들은 다 외롭고 슬플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그 누가
당신보다 더 외롭고 슬플까요.....
문재인 선배님,
이제 당신을 선배님이라 불러보고 싶습니다.
한번도 당신을 현실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의 선장이 되어
저 더러운 수구와 기득권과 무지의 파도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적어도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쨌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외로워하지 마십시요.
너무 서러워하지 마십시요.
우리가 도닥여야 할 어린 후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어깨 끌어안아야 할 친구들도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보듬어 안아드려야 할 어른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 때문에 행복했던 잊지 않겠습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부터야말로 정말 이 악물고 싸워야 할 시간일 겁니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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