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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오 마이 캡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12-20 02:35:49
추천수 8
조회수   431

제목

캡틴, 오 마이 캡틴!

글쓴이

조병준 [가입일자 : 2003-05-12]
내용
차가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축제의 밤이 될 줄 알았지만, 아직 이 땅의 겨울은 그리 녹록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무엇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가져 왔을까, 곱씹고 또 곱씹으며 걸었습니다.

후배가 사 준 청주 반 병은 조금도 취기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저녁에 먹은 밥이 자정이 넘도록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걷다가 당신을 만났습니다.

플래카드 속 당신의 얼굴은 참 점잖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당신은,그리고 우리는 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몰염치와 염치가 싸우면, 부도덕과 도덕이 싸우면,

그 승패는 애초에 정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밤, 많은, 적어도 이 나라의 48%의 국민들은 다 외롭고 슬플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그 누가

당신보다 더 외롭고 슬플까요.....



문재인 선배님,

이제 당신을 선배님이라 불러보고 싶습니다.

한번도 당신을 현실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의 선장이 되어

저 더러운 수구와 기득권과 무지의 파도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시간은 소중했습니다.

적어도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쨌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외로워하지 마십시요.

너무 서러워하지 마십시요.

우리가 도닥여야 할 어린 후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어깨 끌어안아야 할 친구들도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보듬어 안아드려야 할 어른들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 때문에 행복했던 잊지 않겠습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부터야말로 정말 이 악물고 싸워야 할 시간일 겁니다.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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