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대선에서 민주개혁 진영이 승리하기 위해
수구보수 진영을 최대한 좁은 틀로 옭아서 고립시키고
압도적으로 탁월한 정치 지도자나 대중의 마음에 육박해오는 스타를 내세우는 방법 말고는 없었습니다.
DJ는 DJP 연합으로 영남을 고립시키고 충청을 흡수한데다
IMF 경제 파탄으로 인해 간신히 이겼고,
노통도 정몽준과 단일화하고 경남 표를 다소나마 빼온 탓에 이겼습니다.
당시 민주당이 노통을 내세우려 하지는 않았지만, 경선 혁명의 돌풍으로 흥행이 된 것은
노통이 그만큼 육박해오는 능력을 보인데다, 그 이전에 청문회 스타로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윤여준 전 장관이 구도를 짜 보려 한 것 같습니다.
수구 보수의 핵심 두뇌였던 분이 정계 은퇴 이후 민주 진영의 다양한 정파, 계층과
허심탄회하게 나라를 걱정하며 대화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않고 긍정하는 보수도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수구 새누리당과 차별화하면서 통합의 분위기를 지펴갔고,
대중에게 신망을 얻고 있는 스타인 安을 부상시킴으로써 중도 내지 온건 보수층도 대폭 흡수하고
이후 文 진영에 들어가서 역시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층을 감싸안는 방향으로 키를 틀었습니다.
이같은 전략은 朴과 새누리당을 반민주 수구,
文과 그 진영을 범민주 개혁으로 전선을 나누고 규정함으로써
저들을 반민주, 비합리적 수구로 고립시키는 구도였다고 저는 보는데,
과거처럼 지역이니 그런 걸로 전선을 나누고 적진을 고립시키는 게 부적합한 지금의 상황에서
훌륭한 구도 짜기였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역시나 박정희의 딸, 충청 출신 육영수의 딸 앞에서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합니다.
게다가,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반란이랄까, 대두 현상도 놀랍습니다.
사회의 노령화 현상, 노인들의 대두는 우리 일상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급격히 체감하고 있는 바인데,
이 정도로까지 큰 충격파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같은 노년층의 반란은 정치학, 사회학에서도 미처 감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지난 17대 대선처럼 속절없이 당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무능하고 한심하더라도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닌 朴이기에 갖는 차별성,
그리고 그와 밀접히 연관된 노년층의 결집 현상 등,
구도를 지혜롭게 잘 짜서 선전은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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