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말입니다. 올 한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 제 부친을 잃었습니다.
누구나 피할수 없는 부친상이지만, 제 경우 고국을 떠나 사는 탓에 슬픔이 더 컸습니다.
부친의 지병 때문에, 언젠가는 그날이 올거라는 생각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서울을 모두 다섯번 다녀왔습니다.
살아 계실때 더 자주 뵙자.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하지 말자.
너무도 기가막혔던 것은 제가 두달 전에 예약해 서울로 향했던 바로 그날 제 부친은 제가 비행기에 막 올라탈 즈음에 소천하셨습니다. 출발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부친이 위독하시다는 문자를 받고 그렇게 빌었지만 저는 결국 불효스럽게도 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불효자고 죄인입니다. 앞으로 평생 그렇게 살게 될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스럽습니다.
부친은 저에게 모든 것을 주셨지만, 저는 아무것도 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도 자식놈이 하나 있지만 제가 받은 그 모든 것을 제 자식에게 내리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엉뚱하게도 이 선거일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합니다.
저 비록 잘난것은 없지만, 이역만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앞에 결단코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내 나라가 남의 나라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너무 싫었던 탓에 재외국민 투표 이후 몸살을 좀 했더랬습니다.
이제 온전히 당신들의 몫입니다.
제발 후회없는 선택을 해주십시요.
이제 그만 다 내려놓고 올 가을 듣지 못했던 브람스를 마음편하게 듣고 싶습니다.
제발,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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