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이고, 아버지는 북에서 내려왔다.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살았고 경찰을 지지하며 전도유망한 프로파일러로 대중에 알려졌다.
그런 그가 참담함을 토로하며 경찰대학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그리고 분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이 사회의 공권력과 거대 여당의 행태에 죽비를 내려치고 있다. 이쯤 되면 꽤나 강력하고 울림 있는 실천적 행동이다. 그런 그는 자칭 보수주의자다. 전 경찰대학 표창원 교수 말이다.
그에게선 진중권 교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을 것 같은 '마초' 보수주의자의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그런데 그 마초 보수주의자가 대중을 흥분시키고 감동시키는 중이다. 이른바 목말라 왔던 합리적 보수주의자가 드디어 '경찰' 쪽에서 탄생했다는 흥분일지도 모른다. 헌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대선 정국에서 드디어 그 보수주의자들이 안락했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 목소리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리라.
"민심을 보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표창원 전 교수가 17일 새누리당 권영진 전략조정단장과 '국정원 직원 수사발표 파장'을 다룬 생방송 토론에서 맞붙은 JTBC <유연채의 대선예측>은 꽤나 진귀한 순간이었다.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꼴보수'와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보수주의자'가 맞붙은 토론을 우리는 본 적이 있는가.
자, 그러니까 상상해 보자. 진중권 교수가 황우석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테러를 당했던 순간을. 그도 아니면 여전히 <디워>의 심형래 지지자에게 사이버상에서 혹독하게 다뤄지다 못해 '사망유희' 토론에 나갔던 그 순간을 말이다. 우리는 왜 그런 보수주의자를 볼 수 없었느냐 반문하는 것은 너무 늦었지 않았느냐고. 우리에게도 이제 지켜주고 싶은 합리적 보수주의자가 등장한 것이 오히려 반갑지 않은가.
"감금이 아니라 잠금이다. 감금은 본의에 반해서 상대방을 가두는 행위다."
"사찰은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사용해 민간인을 따라다니고 뒷정보를 조사할 때 사찰이라고 하고 그게 불법이다. 민간인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건 민간인의 감시 행위다."
"새누리당이 국정원까지 타락시킨 것이 절망스럽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 봐라. 그게 민심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가 남긴 어록이다. 상대 토론자로 나온 권 단장은 지속적으로 표창원 전 교수가 정치인의 화법을 구사한다고 나무랐다. 하지만 전 경찰대 교수이자 전문가로서 '행정적 즉시 강제'와 '국정원법', '하드디스크 분석'과 같은 용어와 설명을 고루 섞어가는 표창원 교수는 여전히 '전문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는 떼쓰는 전 국회의원과 상대하다 꼭지가 돌기 직전인 한 40대 중후반 남자의 민낯을 확인했다고 할까.
"박근혜 후보의 TV 토론을 보면서 저 사람이 어떻게 후보가 됐을까 싶었다. 논리도 없고, 토론 시간이 남아도 1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침묵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먹었다. 만약 저분이 대통령이 되고, 유엔 정상회담에 가고 각국 정상과 만나서 무슨 애기를 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지지한다는 그 후보에게서 이 보수주의자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뒤이어 1시간도 채 안 돼 발표된 경찰의 이례적인 오후 11시 수사결과가 TV 속보로 뜨자 울분이 터졌다고도 했다. 그래서 표 전 교수는 음모론도 생각해 보고 했지만 한숨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보수주의의 위기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이 남자, 멋지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흥분 침착성 잃었다는 지적도 감사드립니다. 어젠 아내가 준 수면제 먹고 푹 잤습니다. 날아갈 듯 상쾌합니다. 저도 공약 걸게요. 투표율 80% 넘으면, 20일 오후 2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시간 "프리허그 합니다."
토론 이튿날 잠을 푹 잤다는 표창원 교수가 남긴 트윗 글이다. 사실 이렇게 SNS로 소통하는 그가 '국정원 직원' 사건을 접하고 처음으로 의견을 개진한 곳도 자신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블로그 '표창원의 범죄와 세상이야기'에서였다.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 보수주의자는 이 웹 세상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여론조작 의혹'을 조목조목 따져 묻고, 자칭 '명품타임라인 윤정훈 목사의 정체'에 함께 경악하고,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의 토론 평가표를 작성했으며, '참보수'라 생각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리고선 과감히 경찰대학에 사직서를 던진 뒤,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한 '국정원 개입 의혹'에 맞서 "정권이 교체되고 경찰과 국정원과 새누리당 모두 권력이 없어진 상태여야 비로소 의혹을 깨끗이 밝힐 수 있다"고 TV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표창원 전 교수가 보낸 '경고'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상황은 보수주의도 위기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꼴통지지자들은 뭐가 뭔지 모르시겠지만. 보수주의가 위기에 빠지면 뭐가 올까? 파시즘이 온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말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도래한 보수주의의 위기를 생래적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히 보수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그 지형도 안에서 표창원 전 교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목소리가 살아있음을 확실하고도 뜨겁게 증명하고 있다. TV 찬조연설로 중도층을 감동시킨 윤여준 전 장관과 함께 말이다.
그런 표창원 교수가 또 하나 선언을 했다. 지천명의 나이를 몇 해 앞둔 이 보수주의자의 이 선언은 지지받아 마땅해 보인다. 20일, 그와 기쁜 마음으로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권교체되면, 5년간 어떤 선출직, 임명직 공직 맡지 않겠습니다. 어떤 당과도 관련 없고 5년간 어떤 관련도 맺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도 홍정욱 남경필 신의진 등 전문직이고 깨끗한 정치인 중심으로 거듭나면 지지할 의사 있습니다." 라고...언급을...
표창원
씨에게
매료됐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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