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게에서(부천) 대충 정리를 한 다음 알바생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3시쯤에
출발하여 광화문 대첩에서 마음껏 축제를 마치고는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들놈이 이곳에 와있다고 하더군요. 몇 번의 전화끝에(현장의 함성으로
수화음을 못 들어) 전혀 사전 계획에도 없이 부자가 광화문 광장에서 상봉하였습니다.
수시로 대략 중위권의 대학을 일찌감치 확정해 놓은투표권도 없는 아들 녀석과는
단일화 이전에 안철수후보와 문재인후보를 놓고 한치도 양보없는 줄다리기 끝에
사퇴를 한 이후에야 "네가 투표권을 가지고 대선을 맞으면 안철수는 네가
노력해서 당선 시켜라"는 말 정도로 위로해 줘서 간신히 부자갈등이 봉합 되었는데
이 녀석이 드레서 코드 옐로우까지 맞춰 입고는 혼자 광화문에 나타나 대첩에
참가하고 있을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죠.
행사가 끝나고 청진옥에 가서 해장국과 막걸리를 시켜 놓고 부자가 마주 앉으니
내심 얼마나 흐뭇 하든지 속에서 울컥 하더라구요. 부자간에 종교나 정치적인
의견 차이가 없는 것만으로도 가정에 큰 복이 더했다는 생각에 취흥이 사뭇
도도하여 기쁜 마음으로 아들과 나란히 집으로 돌아 왔네요. 대견하다 아들!! ㅋㅋ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어 당구장에 갔더니 이리 저리 안면이 익은 사람이 7명
30대 당구장 주인과 그 매제
50대 후반의 술집 사장 둘
제 친구 40대 후반 한명
중앙대 다닌다는 20대 초반놈의 시키
마트에서 일한다는 30대의 또 한사람.
마침 토론회가 방영 중이어서 자연히 대선 얘기가 오갔는데 이 십대의 대학생
늠과 당구장 사장 매제는 이정희 한테 당하는 박근혜가 불쌍해 찍어 주겠다.(대학
생 놈 싸대기 한대 올려 붙이고 싶은 걸 참았네요)
50대 둘 중 한 사람은 요즘 말 많은 그 임명장을 받아 자랑스레 떠벌이는 사람이고
한명은 경상도라서 뭐 그렇고..
결론은 토론 도중 문재인에 투표할 사람이 오직 저뿐이더군요.
참 마음이 무겁고, 두렵고, 한심하고, 짜증나고...
가게와서도 한숨에 한숨을 거듭 내쉬며 멘붕에 빠져 버리네요.
우리가 이기는거 맞겠죠 ㅠㅠ 아~~ 진짜 이긴다고 해도 저런 놈들이 그 혜택을
같이 누린다고 생각하니 머리에서 쥐가 나네요. 당구장쪽 쳐다 보지도 않을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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