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자건 교활한 간웅이건 독재자이건 권력을 다룬다면 종교에 세심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야 현명 또는 영리한 것이지요.
종교사회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현대에 있어 종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사화(私事化)',
즉, 옛날에는 종교가 공적 영역이었으나 민주주의, 개인주의가 정착한 현대에 와서는 사적 차원의 사안으로 내려앉았다고 했습니다만,
그럴지라도 종교는 지금도 뭇 사람들의 정신 영역을 이끌고 문화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데다
종교가 공적 영역이 아닌 개인의 私事로서 다원화된 지금은 종교가 공공 사안이었던 옛날보다도,
정치인이라면 세심하게 신경쓰고 유의해야 할 양날의 칼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를 독재 권력을 위한 선동, 운동, 권력 우상화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고, 종교적으로도 다원성을 띠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사적으로 어떤 종교를 신앙하든 간에, 권력자가 되려면 그래도 '번듯한' 종교를 상식 선에서 일관성 있게 신봉하는,
즉, 건전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이든지,
아예 종교에 중립적이거나 탈종교적 자세를 견지해야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장로라면서 부인이(부인 역시 개신교인일텐데) 불교 수계를 하고 법명을 받는다든지,
버젓이 가톨릭 교적에 올라가 있지만 성당도 안 나가는 사람이 종교적인 큰 명절에 얼굴 내미는 차원에서 성당에 나와 버젓이 영성체를 한다든지,
사이비 종파들과 이렇게저렇게 얽히고 설켜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든지,
이런 사람들은 민주주의자든 간사한 정치꾼이든 독재자든 간에, 종교라는 민감한 사안을 현명하게 다룰 줄 모르고
그때 그때 편리하게 맞추고 산다는 점에서 권력자로서는 자질이 한참 미달된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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