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돈 쓸 일이 있으면, 쓸만큼만 찾아 쓰는 편이다.
남에게 이체하는거라면 뱅킹으로 해결하지만,
찾는것만큼은 직접 CD기가 있는곳까지 가야하기에,
집아래에 있는 은행CD기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바람이 차다.
3 일 내내 퍼부은 눈때문에 거리가 온통 눈석임물로 미끌미끌하다.
돈을 찾아 돌아오는데,
길가에 오뎅과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보인다.
예순쯤 되어 보이는 아지매가 붕어빵을 굽느라 부산하다.
"오뎅과 소주 한 잔 마시고싶은데, 가게 가서 사와야 하나요?"
"여긴 소주 안팔아요~"
"그럼 가게가서 사오면 오뎅과 같이 마실수 있을까요?"
"그러세요~"
근처에 있는 슈퍼로 가서 소주 한 병을 1,200 원 주고 사왔다.
오뎅꼬치 하나에 500 원 이란다.
천장위에 매달아놓은 종이컵뭉치에서 컵하나를 빼내어 소주를 따랐다.
의자도 없는 포장마차앞에 서서 소주 한모금을 들이킨후,
오뎅꼬치를 들고 막 한 입 베어물고 있는데,
일흔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다가오신다.
모양새를 보니, 공사장 잡역일을 하는 차림이다.
예전의 내모습을 보는듯 하여 단박에 알수 있다.
"아줌마 붕어빵 3 개 만 싸주세요~"
붕어빵을 시키며 손에 든 검정 비닐을 탁자위에 올려 놓는데,
내용물을 보니 막걸리가 들어 있다.
아마도 붕어빵 세 개와 막걸리를 마시며, 노곤한 이 하루를 달래려나 보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를 바라보며,
"날씨가 많이 추워요... 그래도 일을 하니, 일당 8 만 원 이라도 가져갈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내가 물었다.
"요즘은 일당 8 만 원 받으시나봐요?"
"9 만 원 받는데, 용역비로 9 천 원을 제하지요~"
"그러시군요... 근데 일은 꾸준히 있나요?"
"내가 일을 하려고만 하면, 세종시때문에 일감은 얼마든지 있어요~"
예전에는 요즘같이 눈나리고 춥던 시절,
일하려고 새벽 일찍 용역사무실에 나가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3 ~ 40 명 대기인원중에서, 10 명 쯤 불려나가면,
나머지는 일이 없어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는데,
그나마 매일 일할곳이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붕어빵 3 개를 담아가는 어르신의 입가에 웃음이 돈다.
어르신이 가고난뒤, 포장마차 아지매가 한말씀을 하신다.
뒷골목 여인숙에서 한 달에 30 만 원 씩 주고 혼자 기거 하시는 분인데,
붕어빵을 자주 사가신다고...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연세도 있으신데,
홀로 객지에 나와 여인숙 생활을 한다니, 그 쓸쓸함이 이만저만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눌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디야?"
"어~ 나 포장마차에서 오뎅이랑 소주 한 잔 하고 있는데, 이리 올래?"
"아니야~ 난 밥먹었으니까 많이 드시고 오셔~"
"그래 알았어... 그럼 이따 가는길에 붕어빵이라도 사가지고 갈까?"
"그러든가~"
바람이 차다...
그래도,
마눌님이 따뜻한 붕어빵을 받아들고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상상하니,
이 겨울이 마냥 차가운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이 가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