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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님 계셨을때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분이었지요.
늘 곁에 서 계셨던 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분.
대통령님 돌아가시고 49제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친구네 가족과 함께 봉하로 갔습니다.
흙먼지가 날리는 흙바닥 한가운데 초라한 묘소가 있었고 그 주변엔 오열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참여정부 인사분들이 여기저기 바쁜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마침 묘소 근처를 지나던 문재인 후보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인사분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그 분은 그냥 눈으로만 기억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사진을 한장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집사람이 펄쩍 뛰며 말렸습니다.
그 분은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금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데 사진 찍자고 할거냐고 제정신이냐고 집사람이 정색을 합니다.
통화 하시는 서너 발자국 앞에서 물끄러미 그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른 전화가 또 걸려옵니다.
아마도 하루종일 전화기가 울릴것 같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딸아이랑 사진을 찍을 기회는 없을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세번째인가 전화벨이 울렸을때
정말 무례하게도 그 분 앞으로 한걸음을 다가 섰습니다.
차마 사진 이야기는 못하고 그냥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을 뿐입니다.
그 분이 손으로 통화하던 전화기를 막더니 제게 말을 건넵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님이 지금 49제 진행문제로 각종 전화로 정신없으신데
사진 따위가 뭐라고 감히 통화를 방해하다니요...
딱 한마디 말씀 드렸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다음에 부탁드리겠습니다."
집사람도 얼굴이 벌겋게 되어 제 팔을 잡아 당깁니다.
그런데 그분이 다시 전화기 속의 누군가에게 정중하게 말씀을 이어 갑니다.
"저... 지금 무척 중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논의는 제가 이 일을 마친후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리곤, 제 딸아이와 친구네 아이에게 무릎을 굽혀 평온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디서 왔니? 아빠와 함께 왔나 보구나. 먼길 와줘서 정말 고맙다."
죄송한 마음으로 급하게 사진을 몇장 찍은후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연이어 꾸벅 인사를 드렸습니다.
걸음을 옮기며 뒤돌아 보니, 그 자리에서 여전히 전화 통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집사람에게는 지금 제정신이냐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저는 그날 이후 문재인"변호사"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정치 하시란 이야기가 나오면 화부터 내셨던,
서울에서도 행사가 있으면 고작 기자가 두어명 따라 붙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심각한 분위기 속에, 무엇보다 중요했을 전화통화를 하시던 중에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듣보잡 아이와 아빠를 위해
기꺼이 "중요한 일"이라고 먼저 챙겨주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서 살아있습니다.
그날이 계기가 되어,
제 딸아이는 그 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49제때 찍은 이 사진이 제게는 가장 소중한 사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