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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나서 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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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16:5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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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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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나서 후회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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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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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식이 날아온 와중에 뜬금없는 취미 얘기입니다만, 갑자기 떠올라서요.
저와 친한 예지동 시계골목의 중고 명품시계 매매 업자 사장님이 계십니다.
신실한 개신교 장로님이고 제게도 좋은 물건들 좋은 값에 주시고, 저도 사장님 믿고 그렇게 드리고 제가 가진 부품들도 드리고 해 왔습니다.
한 1년 반 전에 그 분께 로렉스 1601 스틸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70년대에 밀수로 들여오다가 세관에 적발되어 공매 처분되었던 시계인데,
구형 로렉스 플라스틱 상자와 마분지 겉 상자까지 있고,
심지어 시계 줄에 '공매'라는 납봉 철사까지 그대로 묶여있는 완전미사용품이었습니다.
구입하던 당시의 1601 시세보다 10만원 정도 더 드렸는데, 업자 가격이었으니 그래도 저렴했다고 보며,
지금의 1601 가격을 생각하면 불과 1년 반만에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계를 한 여덟 달 전엔가 그 사장님께 되팔았습니다.
최근 들어 다시 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 되팔던 그 당시에는 시계 취미를 쉬고 있어서 감각이 도대체 없었습니다.
게다가 사장님은 로렉스 매물이 없어 그러니 갖고 있는 그거 되팔라고 해서 사장님 형편도 봐서 되팔았지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시계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공부도 좀 더 하며 최근 시장 동향도 보다 보니,
그 시계는 절대 팔아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라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우선, 1601 매물이 좀처럼 안 나옵니다. 빈티지 로렉스 씨가 말랐습니다.
더욱이 완전미사용품, 무브먼트 마모도 전혀 되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보통 상태의 1601이라도 되팔던 당시의 값보다 60만원은 더 줘야 할 것이구요.
정말 귀한 알짜 수집품이었는데, 그걸 왜 팔았던고…
쌀이나 연탄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방금 전에 어떤 분께서 제가 가진 몽블랑 문필가 시리즈 93년 한정판 오스카 와일드 만년필을 팔라고 전화를 주셔서 팔지 않겠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초창기 몽블랑 한정판들은 좀처럼 구하기 어렵습니다. eBay에서야 구하겠지만 워낙 비싸니 그림의 떡이지요.
그 통화를 하고 나니 예의 1601도 떠올라 다시금 억장이 무너지더라는 겁니다 ㅎㅎ
웬만하면… 진짜 쌀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소장품은 팔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 만년필이야 시세보다 많이 더 준다면 팔 수는 있습니다. 이 역시 매물이 귀해졌지만 어떻게든 구할 가망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완전미사용품인 1601은 전혀 못 구한다고 봐야지요.
그 사장님께 구입한 물건들 중 50년대 ETERNA 수동 시계가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두터운 스틸 케이스이고, 역시 50년대에는 컸던 36mm 크기에다(옛날 시계들은 다 작았습니다. 흔히 보는 로렉스 1601부터의 데이트저스트가 36mm인데, 출시 당시 큰 시계였습니다) 금 인덱스와 바늘, 꽉 찬 커다란 무브먼트로 되어 있지요.
ETERNA가 뛰어난 시계 브랜드였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좋은 시계입니다.
사장님의 호의로 다른 수집가, 업자들이 채가기 전에 제게 대단히 싼 값에 주셨지요. 당분간은 예지동에 이 시계 들고 나오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 시계는 아직 제게 남아있는데, 이 시계의 진가 역시 최근 들어서야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계는 절대 '안 팔아' 표 시계입니다 ㅎㅎ
벌이도 신통찮은 처지에 고급 취미로 분류되는 취미를 가져서 민망하긴 합니다만…
(※ 이진혁씨의 뜬금없는 덧글 때문에 지우고 다시 올렸습니다.
아래의 제 직전 게시 글을 복사해서 별도 게시물로 올린 이유를 거기에 덧글로 여쭈었는데, 왜 그러셨는지 답도 않으시면서
- 제 질문에 답하실 의무는 없으시긴 하지요 -
방금 전에 "세탁"이라고 올린 뜻은 또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나름 짐작은 갑니다만…, 님이 보시듯이 그렇게 유치하지 않습니다.
安에 대한 비판적 게시물마다 복사해서 따로 올려두는 님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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