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선동렬 선수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할 정도였죠. 그 당시 롯데+최동원 광팬이었는데, 상대편에 왠 사기캐릭이 보스로 버티고 있으니 미워할 수 밖에요.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LG였나 그럴 겁니다.
해태가 리드하던 중에 선동렬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선동렬이 보이는 순간, 많은 관중들이 일어섭니다.
보통은 스타선수를 보면 환호성과 함께 일어나서 맞이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돌리기 시작합니다. 선동렬 나왔다고 해태팬을 빼고는 이미 계단을 걸어가거나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에 치이는 것을 싫어하던 저도 복도에 나와 있었죠.
기억 안나는 LG 선수가 2루타를 쳤습니다. 복도까지 나갔던 관중들이 다시 밀려들어왔고 순간 그렇게 보기 힘들다던 선동렬의 블론 세이브를 직접 목격하나 보다 했습니다.
사기캐릭의 장난질은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더 이상의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고 그대로 끝났습니다.
다른 관중의 말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러길래 그냥 가자니깐. 안된다고 했잖아!!!"
그렇게 증오하던 선동렬 선수이지만, 한국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선동렬선수입니다. 전두환이 해외진출을 강제로 막지 않았다면 정말 대단한 해외기록이 세워졌을 겁니다.
ps.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야구경기를 봤지만 타자로는 이치로 그리고 투수로는 선동렬이 공포를 안겨준 유일한 선수였습니다.
선동렬은 점퍼 벗고 뛰는 모습만 보여도 저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선수였죠. 그러니 해태 팬들은 얼마나 행복하고 안심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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