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XXX빠라서가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해 볼때
OOO는 솔직히 XXX의 발 뒷꿈치도 못 따라온다"
며칠 전 여기 자게에서 본 댓글입니다.
처음 보는 순간에도 재미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글입니다.
두번째 문장, 누구는 다른 누구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친다는 말은, 아무리 봐도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입니다.
사람의 능력, 품성, 인격 등은 정량화하여 계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첫번째 문장에 "객관적 입장에서 볼때"라는 문구가 버젓이 박혀 있습니다.^^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차라리 "내 생각에..."라거나 "주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라고 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때"라는 문구를 넣는다고 해서 위와 같은 문장이 저절로 객관성을 획득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여기서 우리가 사는 문명사회의 묘한 강박증이 느껴지더군요.
합리와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객관성이 주관성보다 "당연하게" 우위를 점하는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에 근거를 두어야할 것이고, 칸트가 보편적 입법자가 되어 행동하라고 했을 때도 역시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위와 같이 지극히 주관적 생각을 툭 던지는 글에서도 "내 생각은 객관적이다"라는 선언이 알게 모르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