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켜보며 추론하건대 아마도 安은, 민주당은 그냥 민주당이다,
DJ, 친노, 비노 등 민주당의 중층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으며
그렇게 해서 대립하고 있는 복잡미묘한 얼개와 작동 회로를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저 그 자신에 지지를 보낸 정치 무관심층과 똑같은 수준의 피상적 시각으로
민주당 및 야권 지지층에 접근했다가 결정적 대충돌과 파열을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 특히 지도자에게는 작금의 정치 지형 및 대중 정치 의식의 결을 만들어 온 정치 역사와 곡절을 잘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수적인데
安은 이러한 역사성, 정치성이 희박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安이 도저히 지도자감이 아니다라고 본 것입니다.
安은 양비론과 정치 피로감에 젖은 대중들의 피상적 반감이라는 물결에 잘 올라탔습니다.
여기까지는 결을 잘 탄 것인데,
그 결과, 이와는 대척적인 다른 결인 정치 의식이 높은 반대편 대중들 및 기존 정치권과는 충돌을 피할 수 없었으며
결국 파열하고 좌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安은 대립과 갈등을 피해 보자고 역설했지만,
그 피상적 인식 수준 탓에 정치(전문 정치권 및 높은 정치 의식)와 비정치(정치 무관심, 양비론 등)의 충돌, 갈등을 야기하는 모순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치와 비정치의 갈등은 예로부터 상존하고 있었긴 하지만, 安으로 인해 이번에 표면에 떠올라 폭발한 것이라고 저는 분석합니다.
安 탓이라는 게 아니라, '비정치'라는, 땅 밑에 부글거리고 있던 마그마가 安이라는 촉매적 기회를 만나 폭발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지점에서 민주당 또한 이번에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한국 대중에게 편만한 이같은 비정치성에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민주당병', 민주당의 근본적 한계를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 文 측이 양보를 상당히 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文 개인의 결단 덕이었던 것 같으며,
민주당은 예전부터 보여왔던 민주 야권 내의 우월적 자의식에서 별반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나 합니다.
한국 대중의 저류에 부글부글 끓는 '비정치'를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치명적 한계입니다.
이만큼 오래 되고 거대, 복잡한 정당이니 쉽게 개선되지는 않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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