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창(한국일보 기자)
단일화 룰 협상 시작하기 며칠전 쯤, 누가 안 측이 '가상 양자대결'을 제안할지도 모르겠다고 관측하길래 설마 했다. 안이 다른 조사 방식은 다 역전당했고 가상 양자대결 방식만 우위에 있으니까 그걸 내세울 것 같다고.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뻔뻔하고 노골적일까 싶었다. 이게 조금만 들여다 보면 진짜 골때리는, 아니 매우 '사악한' 방식니까.
'박 대 안', '박 대 문'이란 두 번의 투표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 지지자는 안의 승리를 위해서는 처음에는 안에다, 두번째는 박을 찍어야 한다. 문 지지자는 반대로. 일반적인 경우면 안과 문을 찍겠지만, 이게 승리를 결정짓는 제도가 되면 자기 양심에 배신해서 박에다가 투표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게 좋게 말하면 전략적, 나쁘게 말하면 배반적 투표를 많이 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양심의 배신을 조장하는 게임. 이게 사악한 게 아니면 뭐냐.
실제 룰 협상에서 안측이 이 방식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겠나. 그래도 그때까지는, 협상 초반 내놓은 훼이크성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한 카드로서. '진심'으로 이걸 계속 고집할랴 싶었다.
'진심'이란 말이 오늘처럼 등골이 오싹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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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싫어하는 야권지지자에게 '박근혜를 지지한다'를 강요하는 이상한 여론조사.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반대하는 가상대결.
야권지지자들은 공평하고 합리적인 승부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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