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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가 깨졌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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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0 13: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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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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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가 깨졌는데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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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욱 [가입일자 : 2001-09-1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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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연습하는데 하도 안 맞아서,
옆에서 연습하시던 영감님의 드라이버를 좀 쳐봐도 되겠나고 허락을 구했습니다.
두 방을 때렸는데, 기차게 잘 맞아 나갔습니다.
아마 그 드라이버는 생애 최장타를 때린 것이었을 겁니다.
칠순이 다 되신 영감님이 아주 빈약한 체구치고는 희한하게 세게 때려서 200야드 정도를 날리시는데, 제가 그보다는 좀 길게 치니까요.
제가 드라이버를 돌려드린 직후 였는지, 좀 지나고 였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영감님이 매번 칠 때마다 찌그러진 깡통을 때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감님은 드라이버에서 불꽃이 튄다고 하시구요.
밤중에 불 켜주는 연습장이었거든요.
이상해서 제가 한 번 보겠다고 했습니다.
드라이버 윗 부분의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손가락으로 살짝 벌려보는데 땡그랑하고 윗 부분 대부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골프채 드라이버가 무슨 국자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속에 본드같은 것이 좀 있을 뿐, 완전히 빈 깡통이었습니다.
샤프트가 연결되는 부분은 찢어져 있었습니다.
영감님께 "제가 쳐보다가 파손시킨 것 같은데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했습니다.
그런데, 영감님께서는 "아니다. 내가 깨뜨린 것 같다." 하시는 겁니다.
이후에 다른 사람도 와서 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영감님께서는 진짜로 자기가 드라이버를 깨먹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힘이 좋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냥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그분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변상 안하고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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