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 저마다 대선후보로 부상하게된 정치적 배경이 남다르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들이 가늠하게 되고, 지난 5년의 정치적 크나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야 오래전 부터 박정희 후광에 따른 것이지만 대선 당락에 따라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동시에 박정희 유신독재를 정당화하는 과거회귀의 작업 등이 우려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부상은 일정 정도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었던 민주정권 인사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 및 참여정부 재평가, 민주주의와 상식적인 통치의 회복을 원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합리적인 내용으로 정치적 갈등을 조율했던 능력이나 개인의 인품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의 부상은 일반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새누리당 권력 횡포에 분개하고, 그보다 나을 줄 알았던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충족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계파간의 잡음과 꼰대, 기득권 지키기'로 얼룩진 것에 대한 실망감 등, 정치권 불신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이다. 훌륭한 인품이지만 경쟁력 높지 않는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장면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차별되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적합한지, 단일후보가 되면 경쟁력이 있는지,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인지 안철수의 여러 행보를 통해 볼때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필자의 판단이 편견이길 바라며 그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잃고 싶지 않는 마음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안철수 현상 못지 않았던 노풍의 노무현 전 대통령도 10여년간 쌓아온 정치경력이 뒷받침이 된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노풍이 아니었다. 여러 경험과 경력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개혁적 정치인이 지녀야할 개념이 무엇인지 수 많은 경험들을 통해 축적된 것이다. 문재인 후보 또한 그런 과정에서 지금까지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는 정치불신의 흐름에 올라타 갑작스레 부상했다는 점에서 노풍과 달랐고 그러기에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세간의 시선대로 무임승차 아니냐는 생각도 부정할 수 없다.
노풍의 노무현도 지금의 안철수처럼 무당파들까지 흡수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은 그에 의식하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펼쳐나갔다, 롤러코스트 같은 지지도를 넘나들며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과 존재감이 각인된 것이다.
이에 비해 안철수 후보는 수 많은 부딪힘도 없이 단숨에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너무나 과할 정도의 진보적 소신의 스탠스로 지지도 추락을 맛보는 시행착오도 없이 무당파 층을 의식한 안전한 길로 가려는 안철수였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 원장은 한때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말, 민주당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말을 번갈아 말하는 등 고개를 젖게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가 정당 쇄신 잘했다, 민주당도 잘했다"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깊게 보았다면 뉴라이트 인사 등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된 인사들을 대거 공천했고, 과거사 인식에서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었으며 경제민주화에 걸맞지 않는 공천이었다. 새누리당에서 터져 나온 공천 비리만 봐도 안철수 후보의 잘못된 진단은 정치경험이 미천해 정치를 겉핥기식으로 보는 그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안철수 후보가 추구하고자하는 새정치는 문재인 후보가 되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칙과 억지가 난무하는 정치권속에서 문재인 후보가 여기까지 온 것이 우연이 아닌 것은 안철수 못지 않게 기존 정당에 떼 묻지 않는 것을 넘어 문재인과 친노 사람들을 특별히 봐야할 정치적 내공의 그 무엇이 있는 바, 안철수 만이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는 성역화는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모호하고 두리뭉실한 정체성 문제 때문에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티격태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당내의 갈등이야 늘 있어왔지만 안철수의 문제는 그 보다 차원을 달리한다.실제로 '의원수 대폭 축소' 등 그의 정치개혁안은 야권의 비난이 격할 정도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었고 기타 여러 부분에서 안철수의 정체적 모호함이 문제되어 왔다.
이에 반해 문재인 후보는 정치개혁을 하고자하는 의지에 장애가 없을 만큼 기존정당에 오랫동안 떼 묻은 것도 아니지만 정당정치의 중요성과 기본을 부정하지도 않는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의 개혁 의지가 충만하다고해서 민주당이 당장에 지금보다 나은 시민참여형 정당개혁 형태로 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 외부적 충격이 없는 한, 일정한 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민주당내의 인적구성과 구조적 한계는 매우 복잡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로의 단일후보로 집권이 아니라도 안철수 후보가 존재해야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되어 집권할 경우,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안철수가 맞다면 그 기간 동안 공동정부의 핵심인사로서 안철수만의 색깔을 정착시킬 기회가 있다. 지원할때 지원하고 잘못가면 따끔하게 질책하는 과정을 통해 안철수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안철수는 미완적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지혜롭다.
더욱이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가 될 경우, 양자대결시 나타나는 안철수 지지도의 10프로가 과연 투표장까지 나오게 될 답변인지도 의문스럽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으니 즉흥적으로 안철수로 답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게 한다.
안철수의 일부 지지층들은 예를 들어 국회 쇠망치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살핌도 없이 양 정당을 싸잡아 비난했던 목소리들과 무관하다고 과연 말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더 현명한 저항 방법이 없었느냐는 질책 정도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국회 논의를 무시한 '한나라당 날치기'에 대한 비판이 우선이었다
이렇듯 안철수의 일부 지지층들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모를 나이브함이 없지 않는 바, 투표장까지 가게될지 의문스럽다. 평론가들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부동층이 줄어들었다고 진단 하지만 동시에 또한 함정일 수도 있다. 투표장에 가지 않는 안철수 지지층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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