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밀린 게시물 읽다가 리플이 많이 달린 어느 글을 봤습니다.
정치인들은 모두 다 정치권력을 쥐자마자 특권 기득권층으로 바뀌어
서민대중들과는 유리된 세계로 들어가는 몹쓸 무리들이니 너무 믿지말고
정부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너무 심하게 욕 하지 말자..이런 얘기신 것 같은데.
글쓰신 분 원래 그렇게 비비 꼬아서 어렵게 쓰시는 타입인지 이해하기가 복잡하더군요.
얼마전 읽었던 책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정치인에 대해서 흔히들 이렇게 말하지요.
그 놈이 그놈이지 뭐, 별 다를거 있겠어? 정치인들은 다 똑 같아..
한국만 그런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런 말을 종종 하나봅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자 길리건은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7년간의 통계자료에서 신기한 점을 발견했답니다.
폭력치사(살인+자살)율이 공화당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에는 치솟다가
민주당 출신 대통령 때에는 다시 하락한다는 것.
통계 그래프의 등락이 두 정당의 집권시기와 희한하게 일치하는걸 보며 그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제임스 길리건은 여러 연구와 통계자료들을 들춰보며 몇 년 동안 고심한 결과 결론에 닿았습니다.
살인과 자살율의 그래프는 어쩌다 우연히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
공화당이 집권하면 불황이나 공황 같은 경기 위축의 빈도와 깊이나 지속도,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이 높아지고
평균임금과 최저 임금, 종합 번영도가 내려가며 실업률과 범죄율도 늘어나지만 민주당이 집권할 땐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 역시 공화당이 집권했던 시기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자살과 살인 범죄로 내모는 정책을 추구하는 공화당에 꾸준히 표를 주는 미국인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저자 길리건이 과학자 답게 의문을 계속 파고 들어가서 결국 찾아낸 해답을 보니.
인종과 인종을. 부자와 서민을. 계층과 계층을 세밀히 나누어 서로 반목하게 하는 분할정책.
미국내 수치심의 문화와 죄의식 문화의 차이점을 이용하는 정책 등.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뛰어난(?) 정책들이 교묘하게 시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허.. 이게 미국 일이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시감이 계속 든단 말이지요..
보수를 표방한 정당이 집권한 5년동안 자살은 물론 묻지마 살인으로 불리는 폭력사건이 크게 늘었지만
국민 40%는 범죄 때문에 사회가 불안하니 집권 보수당을 지지한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고.
침을 튀겨가며 종부세를 비난하는 택시 기사-1억짜리 전세에 산다더군요-의 와이드 오지랍 현상이 일어나고.
1%에게만 유리한 감세 정책을 제대로 따져 보지 않고 지지하는 일이 벌어지는 99%의 나라 대한민국.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이런 일들을 길리건의 주장에 맞춰보니. 오호.. 이제야 납득이 갑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이 그대로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는 않을 겁니다만.
우리를 자살의 벼랑과 폭력의 막다른 골목으로. 끔찍한 삶의 끝자락으로 부지런히 몰아가는 무리들.
선의로 잘 포장하고 가면의 미소로 위장한 그 가해자 무리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치인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은 그 가해자들의 위장 전술의 하나라는 거죠.
정말 정치인들은 모두 다 똑같은 사람들일까요?
글쎄. 그렇다면 노무현과 이명박이나 김근태와 정형근, 김영삼과 김대중도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과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7장 제목 따라 말하자면 투표가 우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는것 잊지 마세요...
책 내용이 그리 길지 않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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