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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가게는 철거하느라 소란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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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4:2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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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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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가게는 철거하느라 소란하고.,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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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건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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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비가오니 손님은 뜸하고 하군요.,
옆에 집사람의 청춘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비디오 대여점을 어찌어찌 하여 미용실로 넘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손님들께 잔금 돌려 드리고 오늘부터는 책 빼고 공사하고 소요하군요, 가게앞에 놓인 트럭위 가득 실린 책들이 더 이상은 책 구실을 못하고 파지로 팔려나갑니다, 구질구질하게 비가 오는데 마치 오래 키운 팻을 낯모르는 사람에게 분양하는 듯한 기분?
비가 오는 와중에 그렇게 집사람이 정성스레 대하던 책들이 추락하는 새처럼 비에젖은채 트럭 뒷칸에 던져지는 것을 보며 담배만 뻑뻑 피워댑니다.
사람사이의 관계도 끊기 어렵습니다만, 뭔가 애정이 듬뿍 담겨져있던 것들이 남에의해 이제 더이상 그러한 대접을 받지 못하며 본연의 모습과 다르게 취급 받는 것을 보며 마음한켠이 짠하게 애려옵니다... ...
지난 십몇년의 기간중 상당한 시간동안 우리가족의 삶을 책임져왔었고, 지난 몇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우리를 힘들게도 만들었었습니다만, 이제는 인연의 끈이 다하여 제 곁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한켠으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감정조차 없을 종이 쪼가리 뭉치들에 연민의 정도 느끼게 됩니다.
이제 둔촌동 바닥에는 대여점이라고는 단 한곳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군요.
이 넓은 동네에서 저희 책방을 보고 찾아오시던 손님들께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잘 아는 후배의 말과 같이 더 이상 자선사업을 하겠냐느? 질책에 가까운 말을 들으며 잘 하는 것이다 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해 봅니다.
옆에서 지켜보며 짬짬히 돕기만 하던 제 심정이 이럴진데, 집사람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해봅니다.
한동안은 책방 근처로 집사람을 부르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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