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평소 알고지내는 목공소 김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바쁘셔유?"
"아뉴~ 바쁜거 없슈~"
"그럼 이리오슈~"
"왜유... 뭔 좋은일이라도 있슈?"
"와보시면 알아유~"
"지금 일보고 있는데 30 여 분 걸릴것 같아유~"
"빨리 와유~"
용무를 마치자, 오토바이시동을 걸고 10 여 분을 달려 김사장님댁으로 갔다.
처음 뵙는 동료분과 같이 계신다.
다짜고짜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신다.
"바람도 쐴겸 바닷가로 가서 회를 먹을까요.. 그찮으면 조치원에 가서 메기매운탕을 먹을까요?"
이러나나저러나, 장거리를 다니며 이런저런 음식을 맛본 경험이 별로 없기에,
"편하신대로 하셔유~" 하니,
"조치원에 메기매운탕을 맛있게 잘하는 집이 있는데, 여지껏 같이 가본 사람중에 맛없다고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슈~"
이래서 방향은 조치원으로 결정됐다.
차와 오토바이가 동시에 출발을 했다.
집에 도착하여 오토바이를 집안에 들여놓은후, 김사장님차에 동승을 했다.
김사장님은 인테리어공사를 하는분인데, 발이 넓으시다.
직업상 많은 곳을 다녀서인지, 전국의 유명맛집도 많이 알고 계신다.
너그럽게 사람을 품을줄 아는 성품이기도 하셔서, 주변엔 늘 벗들과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음이 유하신분이란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본인의 업종과 관련이 없는 나같은 사람까지 기억하여 챙겨주니, 그 마음 써주심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나 또한 가끔 연락을 하여,
오됴얘기나 일상적인얘기를하면서 막걸리 한잔을 나누기도 하는데...
사람사는 낙이 무에 대단한게 있을까...
이런거저런거 잠시 내려놓고, 즐겁게 막걸리 한잔 하다보면,
사람사는게 다 그렇지뭐 하며 마음이 편해질때도 있다.
어쨋거나 1 시간 30 여 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식당간판을 보니, 이름하여 -용댕이매운탕-
도로변 내리막길에 자리한 식당 아래로 강물이 흐른다.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그리 작지않은 홀임에도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한것으로 보아,
아직 음식맛을 보지않았지만, 그 맛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메뉴는 메기매운탕 한가지밖에 없는데, 대 중 소로 구분하여 2~4 인 분 기준으로 2~4 만 원 이다.
3 인 분을 주문하자,
움푹 들어간 커다랗고 시큼시큼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양푼에담긴 매운탕과 추가육수를 가져왔다.
매운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같이 끓고있는 듬성듬성 떠있는 수제비가 제법 입맛을 당기게 한다.
국자를 들어 수제비 한점과 국물을 덜어내어 맛을 봤다.
캬!
죽인다~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시원함과 매콤함과 더불어 사과 한잎을 베어물때 느껴지는 달달함까지 섞여 있는듯 하다.
김사장님은 운전을 해야해서 술잔만 채워놓고 마시지않으니, 다소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일행분과 함께 소주 반 병씩 나눠 마셨다.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넣고 부드러운 메기 속살을 씹어보니, 이건 뭐 씹을새도 없이 혀에서 녹아버린다.
메기매운탕이란것이 사실 머리털나고 처음 먹어보는 것이지만,
세상엔 먹을것도 많고, 내가 맛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추가육수를 붓고 국물이 끓을때 넣어서 익혀먹는 라면사리맛 또한 일품이다.
그런데 예전엔 이런 맛있는 음식을 접하게되면 내자식 얼굴이 먼저 떠오르더니,
최근엔 부모님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걸 보면, 어쩔수없이... 나도 이제 나이가 먹은 사람인가보다.
지난 월요일 평택에 사시는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차를 운전하여 모시러 갔다.
청소년기를 평택에서 보냈지만, 떠난지가 오래되어 어느집이 음식을 잘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거주하는 천안지역이 그나마 한 두 번 가 본 집이 있어, 천안으로 모셔와 식사대접을 하기로한 것이다.
하루전에 미리 전화를 드렸기에 내가 간다는걸 알고 계신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모친께서 감자전을 부치고 계셨다.
내가,
"아니 밥먹기로 했는데, 그건 뭐하시려구요?"
"이거 니가 잘먹는거잖아?"
ㅠ.ㅠ 하여튼 뇐네 내리사랑은 끝이 없다~
차에 타시고나서도 그냥 가까운데 가서 갈비탕이나 먹지.. 뭣하러 그 먼데까지 가서 비싼 소고기를 먹을려고 하느냐며 투정을 하신다.
한푼이라도 아껴 잘사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싶어하시는 모친의 마음을, 내 어찌 모르겠나...
그래도 간만에 큰맘먹고 한우등심을 사드리고싶어하는 내마음을 모친께서도 짐작은 하시리라.
그저 맛있게 드시면 더 이상 기쁠일이 없다.
연로하신 부모님이라 차에 타고 내리시는데도 거동이 불편하시니, 내가 부축해드리면서도 참 마음이 찡하다.
고기를 구워 가위로 썰어 깻닢위에 얹어 드리자, 부친께선 젓가락질을 하다가 손이 흔들려 놓치는 모습을 보니, 더 애잔해진다.
후식으로 갈비탕을 시켜드렸는데, 모친께서 나는 배부르다며 갈비와 국물을 반이상이나 내그릇에 덜어 놓으신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중 도로변에서 거봉포도를 팔기에, 한 상자를 사서 평택집에 도착하여 내려놓았더니,
모친께선 또, 우리는 많이 필요없다.. 니가 갖다먹어라 하시며 그 몆 송이 안들은 포도상자에서 두 송이를 꺼내주려고 하시는걸 한사코 만류했다.
어머니 왜 이러세요~
지는 어머니께서 챙기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아요~
며칠전에도 용댕이매운탕집가서 잘 먹고 배두두리며 나왔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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