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배낭여행 중이신 큰따님사마(!!)... (1인 배낭여행을 떠나보내놓기는 했으되,
마눌이나 나나 걱정이 안될 수 없으니, 아침저녁으로 날아올 카톡 메시지에만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사정이 이러니, 극존칭으로라도 모셔줘야 할 판이다...)
첫번째 목적지인 런던에서 하루 17파운드짜리 숙소에서 머물면서 대영박물관부터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뮤지엄을 비롯해 온갖 동네를 싸돌아다니고, 그곳에서 유학
중인 학교선배 만나서 밥 얻어먹고 3박4일을 보낸 다음, 유로라인 타고 브뤼셀로
건너가서 잠깐 찍고 그날 암스텔담으로 건너갔더랬습니다.
유럽쪽과는 시차가 8~9시간이니 딸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숙소 떠나기 전에나 잠시
짬을 내어주는 이곳의 늦은 밤이나, 하루 종일의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 들어가기
직전인 아침 일찍에야 카톡이 가능한 터라 별로 대화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암스텔담에서는 역 근처라던 숙소 찾느라고 주변을 뱅뱅 돌다가 과장광고라는걸
알고 가까운 유스호스텔로 들어갔답니다. 그곳에서 프라하로 가려던 계획을 약간
변경해 프랑크프루트로 행선지를 바꿔 현재 독일 체류중입니다.
10월말 유럽은 비수기라 런던의 숙소에서는 전체인원이 딸랑 7명 밖에 안될 정도로
여행객도 많지 않고, 기온도 썰렁하게 떨어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는 좀 덜한
모양입니다. 엄청 신나게 쏘아다닐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적지 도착해서
구경할 때만 좋지만, 타이트하게 이동하랴 숙소찾으랴 벌써 힘들다네요.
엄마-아빠도 보고싶고, 강아지까지 보고싶다니.... 쩝.... 아직, 어린애입니다.
그나마 프랑크프루트에서는 한국 친구들이 좀 있어서 밤에 함께 외출나가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친구도 하나 만들어 하이델베르크에 다녀왔다네요
그런데, 암스테르담에서 혼자 잠시 여행책자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떤 네덜란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답니다. 정확하게 그 '아저씨'의 나이나 외모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지만, 저녁도 사주고 아침에 먹으라고 과일이랑 물도 사주고 갔다는데
말이죠... 웃긴게, 자기가 구경도 시켜주고, 돈도 주고, 잠도 자기네 집에서 재워
주겠다고 꼬시더라는겁니다. 푸헐~~~~
물론, 당연히 그건 거절하고 헤어졌다지만... 좀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만은 틀림
없다 싶네요. 딸애의 짧은 영어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의사소통이 충분히 되었을
지도 의문스럽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사람이 하는 얘긴즉슨,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능한 한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고, (여행을) 엔조이하고
다니라는 이야기였다는데... 복기를 해보면, 얼떨떨한 여행객 꼬시려는 멘트였다
싶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경계심이 많고 얼굴을 찡그리고 다닌다는 얘기까지
했다니, 이 친구 동양에서 온 배낭여행객들만 주로 노리는 친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 참....
물론, 제가 직접 대하지 않은 사람의 순수한 호의를 너무 악의적으로만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상황이 삐딱선을 타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아직 품안의 딸자식, 멀리 내보내는게 걱정이 안될 수 있을까 말이죠....
품에 안아 키우던 자식들이 요렇게들 변했으니 격세지감이 안들 수가 없지요....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애들로만
보이는 법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