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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채 1000달러도 안되던 춥고 배고프던 시절인 1969년 6월.
국내의 전자공업협회 회원사 59개 회사가 공동명의로 삼성전자의 출범에 극력 반대
한다는 광고를 게재했단다. 당시 삼성은 1200만 달러의 규모로 일본 산요와 합작,
전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물론, 그 배경에는 공업입국을 지향해 그나마
규모의 경제구도를 만들어보려 했던 서슬퍼런 당시 정권의 후원이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부차원의 결정에 반대해 일반 국민을 향해 반대 광고까지
게재했던 걸 보면, 전자회사들은 극단적인 위기감에 직면했던 모양이다. 이미 설탕
(제일제당), 양복지(제일모직) 등을 생산하던
'삼성재벌'이
시장이 포화해 있는
국내 전자공업 시장에 밀고들어올 경우, 나머지 전자회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단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을 기준으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격세지감이 아니 들 수
없는 '해프닝' 이었다. 나는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경제를 논하면서 삼성전자를 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올해 국내 순이익 상위 100대 기업의 예상 순이익 합계는 약 92조원으로, 삼성전자의
비중은 25.2%에 달한다. 대한민국 총수출액 중 삼성전자 혼자서 16.5%를 맡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 부가가치라 할 명목 GDP(1237조)의 2.5%(30조)를 차지하고 있다....
등등 삼성전자를 뺀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앙코 없는 찐빵이라는 말이다.
요건 참고자료니 그냥 참고만 하셈요...
물론, 삼성전자로 인해 질적, 양적으로 팽창한 전자공업의 낙수효과로 인해 나머지
회사들이 누린 혜택과 이익 또한 엄청날 것이다. 예외적으로 삼성전자의 출현과
팽창으로 피해를 본 업체도 당연히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당시 구멍가게 같은
59개의 군소 전자회사들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초창기 내수시장을 놓고 시장을
나눠먹기하던 그 시절, 정부 지원을 통해 절대강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생존의 위기를
느낄만큼 큰 사건이었으리라....
불과 40여 년의 세월을 놓고도, 상황이 이러할진대, 우리가 결코 목격하지도 못한
까마득한 한 세기 이상의 일을 놓고 활가왈부 오늘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고도, 나아가 시건방진 일이 아닐까 싶다.
P.S.
약 10여 년 전 와싸다에 입문할 당시, 이곳 장터를 통해 삼성의 빈티지 앰프
SA-3500을 잠시 들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올렸던 사진이다. 5밀리 정도의 두터운
스텐레스 전면 판넬에 보기에도 묵직한 각종 알루미늄 절삭 노브들이 일단은 높은
신뢰를 주는 모습이었는데... SA-3500이 생산되던 1970년대 후반은 일본의 오디오
전성기가 시작되던 때라 파이오니아의 기술을 통째로 받아서 만든 제품이다....
후면에 표기된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라는 회사이름에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와싸다 AV자료실에서는 사진이 날아가 버렸지만, 구글링하니까 내가 올린 사진을 누가
잘 쓰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