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에 첫눈이 올때가 되었는 데
이곳 부산은 아침 부터 추적추적 가을 비가 내립니다.
이 맘때면 설악 첫눈 소식이 들렸는데
작년에 이어 올 해도 늦을려나 봅니다.
오래 전 지리산 행 중 철쭉 가득 핀 세석 평전에서 혼자 텐트치고 하루밤을 지냈는 데
제 텐트 옆에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이 텐트를 치고 있어
밤늦게 이 산 저산 얘기하고 술도 한잔 하고 했지요.
초면인데도 그리 스스럼없이 한잔씩 주고 받았습니다.
자기 전 양치질를 하는 데
그 사람 양치도 하지 않고 세수도 안합니다.
면도야 저도 산에 가면 하지 않으니 덥수룩한 건 비슷해 보이지만
그사람은 좀 심하더군요,
근데 제가 양치하는 걸 보고는
아.. 산에와서 왠 양치질입니까.
그런건 들놈들이나 하는 거고
산꾼은 산에서는 그런거 하는 거 아닙니다, 하면서 너스레를 떱니다.
다음날 전 음양샘으로 내려갈 참이고 그 사람은 장터목쪽으로 간다해서
세석에서 헤어졌습니다.
헤어질 때 그사람 하는 말
가을에 대청봉에 첫 눈 오면 거기서 함 뵈요.
그 뒤부터 가을이 깊어지면 대청봉에 첫눈이 언제 오나 기다려집니다.
그 사람 얼굴도 금방 잊어버렸지만
대청봉에 첫눈 소식이 들리면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빨리 설악에 가야 하는 데
하는 조바심도 들고요.
그 뒤로 몇번을 설악에 갓지만 첫눈 오는 날을 맞추지는 못햇습니다.
그 사람을 만날리는 없지만 그래도 첫눈 내리는 대청에 한번은 서야 맘이 개운 할 듯
아마도 설악에 가고 싶은 제 맘은 약속을 핑게 삼는 거지 싶습니다.
이번 주말 쯤이면 설악에 첫 눈 내리지 않를 까 했는 데
출근길 가을비 맞으니
지금 대청에는 눈이 내릴 것 같은 생각에
주말 훌쩍 떠나고픈 심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