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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
26일로 예정된 나로호 3차 시험발사로 나로호 개발사업은 발사 성패와 관계없이 종료된다. 러시아가 60년 동안 사용해온 군용 로켓 엔진 기술을 이전받아 나로호 1단 로켓(앙가라)을 만들고, 한국은 2단 고체로켓과 탑재칸을 개발해 나로호 발사체를 완성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발사체 전체는 ‘나로호’라고 불리지만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 소유 앙가라다.
애초에 한국과 러시아 공동개발 사업은 큰 기대 속에 출발했는데, 곧이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위반 논란으로 애초의 계약은 2006년에 파기된 바 있다. 기술 이전이 금지되자 러시아는 로켓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어 1단 로켓을 한국 내에서 조립해 사용하기로 한 약속은 러시아가 시제품을 2개 만들어 한국에 제공하고 발사시험도 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협약으로 인해 앙가라 시제품이 한국에 반입되어 발사될 때마다 러시아 보안요원 수백명이 기술 보호를 내세워 앙가라가 장착된 나로호의 주변을 밀착감시하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앙가라가 우리 발사체가 아닌 게 분명한데도 마치 우리가 개발한 우리 소유의 로켓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소개했다.
공동개발 무산으로 두 나라 기술진의 협력이 줄어든 결과, 발사 성공의 확률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하고 페어링 볼트 고장이라고 발표했으나, 고장 원인을 제대로 수리했는지는 지난 2차 시험발사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확인되지 못한 채 이번 3차 시험발사로 넘어와 있다.
2차 시험발사 실패는 발사 직후 나로호가 77㎞ 상공까지 정상 상승하다가 발사체 전체가 폭발한 사고로, 러시아 지상관제사가 오류를 발견하고 폭파 명령을 올려보내 폭파시킨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전체 시스템을 갖추고 실시해야 할 종합시험이 생략되고, 발사 직전의 기능 점검으로 단순화된 것도 시스템 신뢰도를 낮춘 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발사를 이틀 앞둔 24일 오전 나로호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이번 3차 시험발사마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나로호 공동개발 사업의 종료와 함께, 나로호는 영원히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앙가라 로켓만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나로 발사장도 용도를 잃어버려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이전 없이 구매하여 설치된 각종 앙가라 전용 발사장 설비는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나로 발사장은 애초부터 발사장 입지 조건에 적합하지도 않았다. 남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깊숙이 위치한 탓으로, 발사회랑이 협소하여 주변 도서 해역과 인접국이 안전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도 부근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플랫폼 발사가 최선책이 될 것이다.
이번 3차 발사가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는 앙가라 로켓을 계속 한국에 팔려고 노력할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2단 로켓과 페어링을 시험할 필요가 있고, 한두번 더 성공하면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도 있을 것이며, 1조원이 들어갔다는 나로 발사장도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그러나 발사체와 발사시스템의 보안을 이유로, 러시아 기술자와 보안요원이 현장 감시를 고집하면, 우리 위성체의 기밀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한-러 나로호 공동개발과 발사장 건설 계획은 김대중 정부 때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가 계약 변경으로 곤욕을 겪었으며, 이명박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며 발사 축제를 벌이다 실패를 맛보았다. 정부는 나로호 1단 앙가라가 우리 발사체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 그간의 거짓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형 발사체(KSLV-2)를 개발하는 일이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 협정은 기술 이전을 금지할 뿐 자체 능력으로 개발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한다. 2021년에 한국형 발사체를 실용발사하려면 최소 3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이다. 해마다 4000억원을 써야 한다. 올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비는 444억원이었고 내년에는 800억원이라 한다. 소요액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기업체를 적극 참여시켜 2016년부터 시험발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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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