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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니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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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결국 남좋은 일…" 자동차도 효과 못봤다
외국 브랜드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누리며 미국산 차 판매를 늘리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별다른 실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 당시 자동차 산업은 최대 수혜 산업으로 꼽혔지만, 결국 자동차 산업마저도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FTA 효과 못 누리는 국산차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상당수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아직 FTA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출하는 차에 부과됐던 관세 2.5%가 4년 후까지 유지되는데다, 미국에 수출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FTA 체결 당시 정부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최대 수혜 산업 중 하나로 꼽았다.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지난 9월까지 대미 수출이 늘어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먼저 수출이 늘어난 곳을 보면 현대자동차(005380)의 경우 올해 1~9월 미국에 지난해(19만5455)보다 33% 증가한 25만9903대의 차를 수출했다. 기아자동차(000270)도 9월까지 지난해보다 8.1% 증가한 23만7445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은 지난해보다 15% 성장해 기아차의 경우 수출이 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국내 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GM은 4월부터 경차인 스파크를 수출하기 시작해 총 1만2294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원래 GM이 미국에 경차를 내놓을 계획이 있었던 데다, 아직 12개 도시에 시범적으로 판매하는 수준이어서 FTA로 수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경우에는 기대와 달리 미국 수출이 전혀 없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규칙상 닛산이 진출한 미국에 르노가 직접 진출하기 어렵다는 제약을 받고 있다. 쌍용차는 아직 미국 수출길을 열 만한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생산량이 50만대는 넘어야 미국 진출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FTA 효과는 우리와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 미국차와 독일차는 신났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기존에 미국에서 수입하던 차에 부과되던 관세가 8%에서 4%로 낮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판매되는 2000cc 이상 모든 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10%에서 8%로 낮아진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주로 미국산을 판매하는 미국 브랜드와 미국산 모델을 판매하는 독일 브랜드의 경우 일부 회사들의 실적이 벌써부터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프 모델을 미국에서 들여오는 크라이슬러는 올 9월까지 지프를 지난해보다 41.5% 늘어난 1741대 판매했다. 9월까지 수입차 시장 성장률(2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3와 X5, X6를 수입하는 독일 브랜드 BMW도 이들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다. 9월까지 판매량은 2785대로 지난해(2015대)보다 38% 늘었다. 역시 SUV인 ML 클래스를 수입하는 벤츠의 경우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벤츠는 9월까지 지난해(211대)보다 143% 늘어난 513대의 미국산 차를 판매했다. 이 밖에 폴크스바겐은 미국산 중형 세단 파사트를 들여오며 가격을 480만원이나 낮춰 2개월 만에 수입차 판매 5위권에 올려놨다.
◆ 일본차 공세는 더 적극적
미국과 독일 브랜드가 대부분 기존에 미국에서 수입하던 차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득을 봤다면, 일본 브랜드들은 기존 판매하던 일본산을 미국산으로 바꾸며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미니밴 시에나를 출시한 데 이어 올 초 중형 세단 캠리를 내놔 재미를 봤다. 이전 캠리는 일본산이었지만 도요타는 미국산 캠리로 바꾸며 가격도 100만원가량 낮췄다. 캠리는 9월까지 4232대가 판매돼 전체 수입차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도요타는 다음 달 초 역시 미국산인 벤자를 출시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닛산과 혼다도 미국산 차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닛산은 올해 인피니티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X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미국산 알티마를 출시하며 월 300대 판매라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알티마는 닛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력 중형 세단이다.
혼다는 최근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다는 연말까지 출시하는 5종의 신차 중 4종의 신차를 미국산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그동안 혼다는 미국산 차를 판매한 적이 없다. 혼다는 중형 세단 어코드와 크로스오버(세단과 SUV의 복합형 자동차) 차량인 크로스투어, 미니밴인 오디세이와 SUV 파일로트 등 4개 차종을 미국에서 들여온다. 특히 어코드는 혼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로 기존에는 일본산이 수입됐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 한·미 FTA 효과를 가장 많이 볼 가능성이 큰 곳이 일본 브랜드"라면서 "그동안은 엔고 때문에 고생했지만, 환율 효과에 관세 혜택이 더해지면 가격 면에서 국산차와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