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그리스군요.
이유를 한줄로 요약하면 과잉복지가 아니라 공무원의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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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습니다.
◎ 최명길 > 안녕하십니까?
◎ 손석희 > <세계는 우리는>을 꽤 오래 맡으셔서 우리 청취자 분들과 아주 가까우실 텐데 여기서 아침에 인사드리게 되는군요. 파리에서.
◎ 최명길 > 그렇죠.
◎ 손석희 > 한 8개월 되셨나요, 부임하신지가?
◎ 최명길 > 예.
◎ 손석희 >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유조론 위기가 가라앉으려면 역시 PIGS, 그러니까 첫 글자들, 나라들의 첫 글자들을 따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첫 글자를 따서 PIGS라고 부르는데 네 나라의 금융위기가 잠잠해져야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 최명길 > 워낙 거대한 관심사니까요. 전망도 참 다양한데 전반적으로는 그리스를 뺀 나머지 세 나라는 진정 국면이다, 이렇게 보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이탈리아는 큰 문제라고 볼 수 없었고요.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금융위기 국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시 총리였던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국제사회 불신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어서요. 그 사람 물러난 직후부터 안정국면입니다. 그 후임인 경제학자 출신 몬티 총리가 최근에 유럽 다른 나라들을 향해서 우리 국채는 당신들이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공언을 했을 정도입니다. 스페인 경우는 부동산 버블 꺼지면서 나타난 위기감인데 그 나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60%대니까 그렇게 높지 않고요. 정부주도 긴축계획도 인정을 받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포르투갈 같은 경우에는 지난주에 18억 유로 규모의 국채발행에 성공할 정도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손석희 > 말씀드린 대로 결국 그리스가 문제인데 다른 세 나라하고는 차원을 달리하는 그런 심각한 상황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최명길 > 그렇죠. 이탈리아가 걸린 병을 몸살이라고 그러고요. 스페인, 포르투갈의 병이 폐렴정도라고 하면 그리스는 암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좀 미안하지만 고혈압과 당뇨까지 겹쳐서 치료를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해도 결코 무리가 아닌 그런 상황이죠.
◎ 손석희 > 그러면 그리스는 왜 이런 것이냐, 분석들은 여러 가지로 나올 수가 있는데 예를 들면 복지병에 걸려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고 여기에는 반론도 많이 있습니다. 또 직접 다녀오셨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분석도 조금 이따 해주시겠습니다만 또 정부 부패가 문제라는 얘기도 있고 어떤 게 제일 중요한 요인이라고 봅니까?
◎ 최명길 > 참 단순화해서 말을 하면요. 국가가 운영되기 위해서 작동을 해야 되는 기본적인 것들이 아무것도 작동이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상태입니다. 공무원들은 뇌물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세금 내는 게 이상하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
◎ 손석희 > 당연히 안 낸다고들 하더군요.
◎ 최명길 > 예. 예를 들어서 의사들은 퇴근길에 병원의 약을 대량으로 가지고 나가는 게 당연시 되는 그런 풍토고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부업이고 밤에 과외 하는 걸 본업으로 생각할 정도입니다. 조금 유식한 표현을 동원하면 거버넌스의 위기다, 이렇게 표현하는 건데 공적인 체계들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그런 상태라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손석희 > 지난달에 그리스를 직접 다녀오셨죠?
◎ 최명길 > 네.
◎ 손석희 > 어떻습니까? 실제로 보니까.
◎ 최명길 > 참 뭐라고 해야 될까요. 전반적으로 활기라는 걸 찾아볼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인데요. 공사가 중단돼서 방치된 콘크리트 골조들이 즐비하고요. 또 사람들 표정이요. 뭔가 넋이 나간 것 같은 풀이 죽은 그런 모습들입니다. 그러니까 유럽 선진국에서 느끼는 그런 사람들의 표정이라기보다는 부자나라에 놀러온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얼굴 같은 그런 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고요. 표정, 느낌, 이런 건 주관적인데 눈에 보이는 건 거짓말하지 않지 않습니까?
◎ 손석희 > 그렇죠.
◎ 최명길 > 공공화장실 기물들 제대로 작동되는 게 없고요. 거리 쓰레기는 넘치는데 또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은 그렇게 많습니다. 그럴 정도고 또 상가는 하나 걸러 하나가 문을 닫은 그런 상황이 됐으니까 참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손석희 > 전반적으로 다 굉장히 침체돼 있는 그런 양상인 것 같습니다. 이게 꽤 오래 된 상황이라면서요. 그리스에서는.
◎ 최명길 > 사실 우리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기억을 하는데요. 그때 직후에 이미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그래요. 정부가 위기관리를 전혀 못하고 북유럽에서 들어오는 돈의 탁류에 정부가 편승을 하면서 오히려 부추긴 그런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그런 것들이 대부분 사실인 게 직접 금방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서 몇 가지 보면요. 국영철도회사 연매출이 1억 유로인데요. 이 회사 직원들 임금 총액은 4억 유로입니다.
◎ 손석희 > 4배군요.
◎ 최명길 > 네. 그러니까 3억은 예산으로 메우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에 임금은 2배로 올려서요. 민간부분 임금에 3배가 됐습니다. 공교육 아까 선생님들 얘기했지만 아주 엉망인 걸로 유명한데 학생 1인당 교사 수는 대표적인 복지국가 핀란드의 4배입니다. 그러니까 소위 힘든 직업군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은 퇴직연령이 남자는 55세, 여자는 53세인데 은퇴일로부터 죽는 날까지 퇴직직전 월급의 95%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럼 힘든 직업군은 뭐냐, 이렇게 살펴보니까요. 이발사, 웨이터, 밴드연주자, 이런 것들인데요. 또 국방예산비율이 GDP대비 4.7%인데 우리나라가 2.5%를 약간 넘으니까요. 한국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병원 가서 의사들한테 별도의 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진료를 못 받는데요. 의사들의 2/3는 자기가 연소득이 1,700만 원이 안 된다, 이렇게 신고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 손석희 > 굉장히 속속들이 여러 가지 다 고쳐야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 최명길 > 그렇죠. 전반적인 작동 불능 상태다, 이렇게 보는 거죠.
◎ 손석희 > 자, 유럽지사장 파리 주재하고 있는 최명길 국장과 얘기하고 있는데 여기서 잠깐 그리스 현지 아테네 있는 교민 한분을 연결해서 교민들이 겪는 실질적인 얘기도 좀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리스 교민 인터뷰 -
이형권씨하고 얘기 나눴는데 아까 최명길 국장이 얘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얘기는요. 여러 가지 통계들도 지금 나와 있죠? 그리스에 대해선.
◎ 최명길 > 각종 경제통계를 펼쳐놓고 보면 막막한데요. 작년 예를 보면요. 세금은 1295억 달러를 걷었는데 정부 지출은 1586억 달러입니다.
◎ 손석희 > 적자가 한 300억 가까이 되네요.
◎ 최명길 > 적자가 290억 달러죠. 국민총생산이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서 고점에서 20% 넘게 위축이 됐는데 그래서 이 290억 달러 적자는 GDP의 10%입니다.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단연 1등입니다. 기업이 회사채 발행한 것, 이런 것 또 외국기업이 투자 들어온 것 모두 뺀 공공부채만 해도 5800억 달러입니다. 우리나라 현재 외채가 4000억 달러인데 너무 많다 그래서 걱정들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치면 한국이 3조 달러 정도 빚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큰 건지 상상할 수 있고요.
◎ 손석희 > 그것도 말씀하신 대로 공공부문 부채만 말씀하신 거잖아요. 회사채는 다 빼고.
◎ 최명길 > 네. 재작년 4월에 구제금융 요청한 뒤에요. EU하고 IMF가 두 차례에 걸쳐서 3000억 달러를 지원하거나 약속을 했는데 또 1000억 달러 정도는 아예 빚을 탕감해줬습니다. 그런데 지원된 돈은 단기외채, 돌려막기에 쓰이고요. 새로 국채를 발행하는 건 사실 막혀 있으니까 탕감하는 것 이외에는 빚이 줄 가능성이 없는 상태죠.
◎ 손석희 > 이게 지금 공공부채가 그러면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가 뭐냐, 국내에서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과잉복지가 상당히 이유가 됐다라는 그런 진단이 있고 그렇습니다.
◎ 최명길 > 그런 얘기 많이 하죠.
◎ 손석희 >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직접 취재한 그런 결과는 어떻습니까?
◎ 최명길 > 아까 말씀드린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과잉복지다, 이런 주장도 아주 조금은 맞는 얘기일 겁니다. 그렇지만 결코 진실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 드는데요. 실제 그리스 복지 지출은 OECD 평균 15%선에서 턱없이 모자랍니다. 예산 집행으로 쓰이는 공공지출 있죠. 그 중 예를 들어서 교육, 국방, 치안, 이런 예산들 중에서 실제 빈곤층 지원이나 노인 실업수당 같은 복지예산 비중은 OECD 중에서 최하위입니다. 복지가 과도한 대목이 있다, 이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건 공무원들 복지가 과도한 겁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요. 대략 어른의 5명 중에 1명이 공무원인데요. 이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3배 월급 받고 일찍 은퇴하고 연금 많이 받고 그러니까 가히 공무원 천국인 거죠.
◎ 손석희 > 아까 은퇴이후에 은퇴 전에 봉급의 95%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입니까?
◎ 최명길 > 그렇죠. 공무원들을 포함해서요. 그러니까 이건 과잉복지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제도적인 부패라고 봐야 됩니다.
◎ 손석희 > 우리 정치권에서 가끔 얘기 나오고 있는 이른바 남유럽 위기의 가장 큰 문제가 과잉복지다, 이 과잉복지론은 그렇다면 다시 들여다봐야 되겠군요.
◎ 최명길 > 초점을 못 맞춘 거죠. 부패를 과잉복지다, 이렇게 우스꽝스런 주장을 한 게 아닌가 이렇게 이해가 되고요. 또 설령 남유럽이 과잉복지 때문에 이렇게 어려워졌다, 일부 맞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요.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선진국기준으로 아주 크게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과잉복지 위험을 앞세우는 건 본말이 전도된 공허한 논란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손석희 > 문제는 이제 재정을 좀 줄이고 좀이 아니라 사실 많이 줄여야 되는데 그렇게 해서 EU로부터 돈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회생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지금 최 국장께서 얘기한 것만 놓고 보자면 상당히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봅니까?
◎ 최명길 > 시간을 좀 끄는 거죠. 부채 더 탕감해주고 남은 부채 중에서 만기가 돼서 돌아오는 부채에 대해서 갚기 위해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유로존 17개국이 공동보장 같은 걸 해줘야 가능한데요. 사실 17개국 공동보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독일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개입을 약속하는 게 핵심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메르켈 기민당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있고요. 그래서 화끈한 약속을 하고 실천해 나간다는 게 사실상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년 하반기 메르켈 재집권까지는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진 않게 이렇게 관리하면서 유로존 불확실성 상황은 계속 이어지지 않겠느냐, 이렇게 관측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 손석희 > 역시 독일하고 프랑스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좀 있는 것 같군요.
◎ 최명길 > 예.
◎ 손석희 > 그런데 사실 유로존 불안이 근본부터 안정되려면 독일 같은 경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떤 논의들이 있습니까?
◎ 최명길 > 꼼꼼히 살펴보면 이 유로존 위기라는 게 돈은 같은 돈을 쓰는데 각 국가가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은 예전하고 같은 그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뭔가 크게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강자는 계속 더 강해지고 약자는 계속 쇠약해지는 이런 유로화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유로화는 존속화 될 수 없는 게 아니냐,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요. 독일은 그리스한테 전자제품을 팔고요. 그리스는 독일에 올리브유 기름을 팝니다. 그런데 독일 마르크화와 그리스 드라크마화를 쓰던 시절에는 독일 전자제품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또 올리브유가 팔리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르크화와 드라크마 화폐의 환율이 조절되죠. 그래서 마르크 가치가 오르고 그러면 또 독일 전기제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요. 올리브 값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무역 역조가 일정부분 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 손석희 > 시장 논리에 의해서.
◎ 최명길 > 그런데 2001년 유로존 가입 이후에는 이런 조절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인데 유로존 위기의 근본원인이다, 이렇게 보는 학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환율 가격 조절 기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독일경제는 짭짤합니다. 염분이 많죠. 그리스 같은 맹물 같은 경제에서는 둘이 같이 있으면 삼투 현상에 의해서 그리스 돈이 그리스 경제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은 어쩔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유로화 통합으로 득을 본 나라들이 단일화폐를 유지하기로 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화폐통합으로 부를 뺏길 수밖에 없는 나라들을 지원을 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어떤 확대된 시장, 단일한 화폐, 이런 걸 지키고 유지를 해야될 의무가 있다, 이런 쪽으로 생각을 좀 바꿔야 될 필요가 있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거죠. 일종에 국가 간의 복지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 손석희 > 오늘 유럽지사장을 맡고 있는 최명길 국장과 함께 얘기 나눴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최명길 > 네, 감사합니다.
◎ 손석희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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