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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와 허접 오디오로 하이엔드 소리 듣기
HIFI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6-03 00: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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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45

제목

자전거 타기와 허접 오디오로 하이엔드 소리 듣기

글쓴이

박상화 [가입일자 : ]
내용
저는 지난 3년간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경기는 바닥이지,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토끼같은 자식 새끼들은 커 오지,

마눌은 다니는 직장에서의 퇴직 스트레스로 맨날 힘들다고 호소하지,

이런 저런 일들이 쌓여서 음주와 해장을 반복했더니 온몸이 꺼져오지...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어떤 계기로 이 수렁을 탈출하였습니다.

이 글은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자들의 공통적인 문제인

건강하게 사는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 좋습니다.

이런날 한강가를 자전거로 달려보면 기분이 끝내줍니다.

동행자와 나란히 길 막고 산보하는 사람이나, 어디로 튈 지 모를 아이들,

갈지자로 주행하는 인라인, 막걸리 한잔 걸치시고 중앙선을 넘나드는 아저씨들...

이런 분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스피드로 주행을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런걸 비뽕 맞는다고 합니다.

비뽕은 산을 타면서 자연과 동화되는...산뽕 맞는 즐거움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뼈속까지 시원해지면서 내 몸 내부에서 그 무엇인가가 올라옵니다.

요즘 자전거는 잘 나와서 이정도의 비에 고장 나거나, 녹슬지 않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서 좀 오랫동안 자전거를 탔습니다.

잘 아는 미케닉이 근무하는 자전거샵 2군데를 들러서 수다 떤 시간과,

사무실 들러서 직원들 일하는것 확인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략 6시간 정도를 탄 것 같습니다.

한강을 한바퀴 반 돌았으니 대략 120여 km 정도 주행했더군요.



최근 몇달간의 라이딩으로 얻은것이 많습니다.

체중이 103.7kg 에서 89kg 으로 14.7kg 줄었구요,

하체에 힘이 붙으니 구부정해졌던 몸에 각이 잡혀 옵니다.





제가 자전거를 시작한 이유는 작년 가을의 어떤 만남 때문입니다.

애들 데리고 한강을 산책하는 도중 어떤 자전거 복장을 하신 분께서 말을 걸어 오셨습니다.

리버맨 오디오의 박상화님이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주섬주섬 버프와 고글, 그리고 헬멧을 벗으시는데, 예전의 저희 손님이셨습니다.

그 손님과의 대화가 저에게 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 요즘 오디오 안한다...

자전거에 100만원만 들이면 상전벽해가 되는데,

이넘의 오디오는 1,000만원을 발라도 꿈쩍을 안한다.

쓸만한 앰프 하나에 1,000 넘은지 옛날이고, 괜찮다 싶은 스피커는 중형차 한대 가격이다.

그래도 해볼려구 처절하게 몸부림 쳐봤지만,

사는 집을 팔아야 왠만큼 들어줄만한 소리가 나올것 같아서 겁나서 못하겠다.

방구석에 쳐박혀 오디오질 해봤자 돌아오는것은 마눌님 핀잔이고,

고상한 취미 하십니다...하는 사람은 없고, 기인 취급하면서 놀려댄다.



그러나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스피드가 붙으면서 스트레스 풀려오지, 살빠져서 건강 챙겼지,

왜 그런지 잘 모르겠으나... 마눌님께서 좋아한다.

요즈은 아예 옷과 장비 챙겨주면서 나가라고 성화다.



당신 몸상태 보니 심각하다.

어서 자전거 시작해라.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그래서 자전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는이가 하는 병원 가서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0.1톤이 넘는지 ERR 표시가 떳습니다.

키 172에 100kg가 넘는구나...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Naver의 카페인 '자출사'의 지역방인 서울-성산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라이딩 하는 요령, 간단한 자전거 수리법, 효과적인 페달링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죽는줄 알았습니다.

다리 아픈것은 고사하고, 가슴이 터져버릴듯 숨차고 가빠오더군요.

그래서 자전거인이 말하기를 '폐를 토하듯 페달링을 한다'라고 말하는가 봅니다.



저는 집이 여의도이구요, 사무실이 용산입니다.

직선거리도 5키로가 채 안됩니다.

이 거리를 다이렉트로 가면은 운동이 안될것 같아서

아침에는 한강 따라 위로 올라가 광진교를 넘어서 출근 하구요,

퇴근은 행주대교 넘어서 합니다.

대략 80km대 중후반의 거리입니다.

다리에 힘이 붙어 오면서 요즘은 이 거리를 거의 매일같이 탑니다.

현재 봄에만 약 5,000km 정도 주행 한 것 같습니다.

올내에 20,000km가 목표치 입니다.

가을쯤 속초 한번 갔다 오고, 내년 진해 군항제는 자전거로 구경 갈 계획입니다.





어떤분은 참 대단하다...저 뚱뗑이가 술 쳐먹고 뻥 치는것 아닌가 하실겁니다.

아닙니다. 저는 자전거 이야기는 절대 뻥치지 않습니다.

자전거는 뻥치면 그 댓가가 혹독하거든요.

자전거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내 육체에 충실해지고 솔직해져야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그렇닥 제가 뭐 특별한 체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닙니다.

이 글을 보시는 그 누구라도 가능하십니다.

특하나 오디오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것도 장비 가지고 노는 취미이니, 오디오와 그 메커니즘이 많이 비슷합니다.

단지 몸 편하게 노느냐, 몸 불편하게 노느냐의 차이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편한것이 결코 나중에도 편한 것이 아니고,

몸 불편한 것이 얼마나 매력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만 된다면,

그 누구도 가능하십니다.



자전거는 재밋습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풍경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자전거를 조물딱 거리는 재미 또한 무시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절대 너무 비싼 자전거는 사지 마십시오.

상처 날까봐 아까워서 라이딩을 맘데로 할 수 없습니다.

자전거는 구경하라고 있는것이 아니라, 타라고 있는 것입니다.



자전거인은 매우 착합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만큼, 잔머리 굴릴 시간이 없습니다.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면 정직한 라이딩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 육체가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지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왠만한 일에는 결코 화를 내지 않습니다.

화 내면 자기만 힘들어지며, 도로위의 약자이다 보니 화 내다간 자기만 다칩니다.



자! 여러분도 적당한 자전거 한대 구입하셔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육체가 건강해지는만큼 정신도 맑아져옵니다.

거시키에도 불끈불끈 힘이 생깁니다.



그럴때 음악을 들으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올리듯,

아무리 허접한 오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라도,

음악의 액기스만이 쪽쪽 빨려 올라올 것입니다.



이게 진정으로 적은 비용으로 하이엔드 음악을 듣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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