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풀이하자면,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인데, 눼이버 사전을 참고하자면
①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對策)을 세움
②조그만 일에 화를 내는 소견(所見)이 좁은 사람.. 을 일컷는 말이라고 나와있다.
꼬딱지만한 모기새끼 한 마리를 잡으려고 날 선 칼을 빼드는 꼴이니, 상상만 해도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이게 대체 언제적부터 이어내려온 사자
성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남 보기에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민망스러운 상황을 어쩜
저렇게 절묘하게 비유하는 말을 뚝딱 만들어냈을까, 중국사람들 중에는 인재가 정말
많기는 했겠구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물론, 그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상황에 대한 일방적 야유일지도 모른다. 억겁을
이어온 인간사에 말도 안되는 불가해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마도 수백, 수천
억명의 인간이 이 지구라는 땅을 딛고 살다가는 일을 되풀이 했으니, 혹시라도 만에
하나 저런 일이 정말로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아가, '모기를 보고 칼을 빼어
드는' 그런 상황이 단순하게 상대방을 조롱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는, 일견 응당한 일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몇 해 전, 서해안 지역에선가 간척지 현장에 이상기온으로 인해 수억 마리의 각다귀
무리가 이상번식해, 인근 주민들 뿐 아니라 가축들까지 큰 수난을 겪은 일이 있었다.
밤마다 불빛과 가축의 냄새에 이끌려 몰려드는 수만 마리의 각다귀 떼들... 행정
당국의 대대적인 방제작업에도 아랑곳 없던 각다귀 떼거리로 인해 밤이면 사람 그림자
하나 찾을 수 없는 유령마을이 되고 말았다. 그 뿐 아니었다. 겹겹이 둘러친 모기장을
뚫고 들어와 떼거지로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통에 소며 돼지, 가축들도 견디지
못하고 집단폐사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각다귀라면 정말이지
얼마나 지긋지긋한 존재였을까... 각다귀라면 진절머리를 쳤을 마을사람들이, 끝없이
엉겨붙는 각다귀 떼거리를 향해 시퍼런 칼을 휘둘러댄다 한들 과연, 눼이버가 정의하는
①보잘것없는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對策)을 세움
②조그만 일에 화를 내는 소견(所見)이 좁은 사람... 과 같은 의미로 조롱을 날릴 수
있을까.
인간의 세상살이에서 정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일도, 필요도, 관심도 없는 각다귀.
그러나, 이런 각다귀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려 든다면 얼마나 짜증나고
지긋지긋한 일이 될까...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런 각다귀 떼거리의 행패는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이 세상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말로 일반 상식적인 일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현실 생활에서 우연한 일을 계기로 징글징글 달라붙어 끊임없이 딴지를
붙어대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인간 각다귀들을 종종 마주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진짜 각다귀들이야 남에게 달라붙어 피라도 빨아먹겠다는 심산이지만,
이런 인간 각다귀들은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이렇게 들러붙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그렇거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 수법이란게 정말 유치
찬란하기 짝이 없는 것도 문제다. 도대체, 각다귀 따위에게 차원높은 지능이 뒷받침된
행동양태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변함없이
똑같은 단순패턴의 반복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일상 에피소드를 얘기해도, 영화를 이야기할 때도, 무슨 글을 올려도 이런 종류의
각다귀들이 엉겨 붙어댄다. 남이 성의있게 올린 글을 읽고나서 잘 읽었다는 표시를
저런 식으로 하는게 '각다귀 스타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쌍방의 소통이
가능한 범주 안에 있을 때 이해와 접수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버젓하게 대문짝에 인간의 형상을 한 얼굴을 아이콘으로 달고서 개 짐승
소리를 골라 짖어대는 걸 보자니, 이해는 나중이요, 인간 각다귀들이 엉겨붙는
수준이야 말 안해도 뻔한 일이다. 그나마 자기 얼굴을 달고 개소리를 내는 각다귀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잘 증명하고 있구나'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순결한 애기
얼굴을 앞세우고 들이대는 각다귀의 마인드는 해석이 불가한 차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말이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더럽고 귀찮은건 잠시 참을 수
있어도, 재미없는 것만은 참기 어려운게 인간의 속성이지 않은가 말이다.
'꼴 보기싫다, 싫다' 하면서도 마냥 엉겨대는 인간 각다귀들에게 한 마디 귀띔한다.
들이대는 것은 좋지만, 부디 베리에이션을 가미해다오. 귀찮은 건 참겠지만,
귀찮으면서도 지루한 것은 정말이지 봐주기 힘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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