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술을 안먹는다고 하늘이 두쪽나는건 아니였다. 물론 필자도 알고 있다.
허나 마음이 먼저 가고 몸이 그대로 따라 온다... 그러니 몸을 붙잡으면 안된다.
나는 금주하는것이 아니라 주말에 더 맛있게 마실려고 기다리는것이다.
머리속에서 만든 이 말을 가지고 마음을 설득했다.
그런데 !!!
본가에 있는 애완견 검둥이(요크셔테리어 13세)가 아파서 본가 분위기가 안좋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보게 여보마누라.. 우리 오늘 본가에 가서 검둥이 사진도 찍어주고 할겸 자고 올까?
물론 고등학생때 부터 봤던 검둥이 사진도 찍어주고 싶었지만 본가에 가면 치맥을
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니 잠깐! 그럼 집에서 먹었던 그 치맥들은 어쩌고??
본디 술이란 분위기 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마시는건 감흥이 떨어진다. 언제든
말한마디만 하면 술과 안주가 짠~ 하고 나타나는 업소에서 마시는게 좋다.
그런데 아기 둘을 데리고 갈수가 없으니.. 본가에 가면 둘째를 맡기고
호진이만 데리고 집근처 통닭집에 갈수 있는것이다. 게다가 그집은 생맥주 관리가
무척 엄격하다.. 팔다가도 맛이 좀 변했다 싶으면 주저없이 버린다.
(검둥이가 걱정되지만) 모든게 계획대로 착 착 착 돌아간다고는 생각을 할때쯤
갑자기 금주클럽 의 수많.. 아니 몇몇의 회원분들이 떠올랐다......
그래.. 그까짓거 마시고 사진만 안올리면 누가 날 감시할꺼야 어쩔꺼야??
란 생각도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하얀옷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속삭인다.
그게 전문용어로 사기꾼이라고 하는거란다 상태야...
음...
이건 자판기에 써진 헤즐럿 과 헤이즐럿 중에 하나를 고르는것보다 힘든결정이다.
그때 마침 마눌님이 하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수 없다.
호진아빠~ 본가 가서 사진찍는건 좋은데 아이 맡기는건 좀 부담스러워요!
검둥이 아파서 분위기 안좋다니깐요...
그렇게 첫번째 위기가 지나갔다...
앞서 있는 장벽을 바라볼땐 망망대해 였던것이 지나고나서 돌아보면 작은 개울이였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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