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 쉬운 우리말로 얘기하자면 '불알'이다.
이젠 까마득한 어린 시절, 여름이면 동네 애새끼들과 어울려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았다. 물론, 제대로 갖춘 수영복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으니 모두 발가벗고
불알을 딸랑거리면서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그 바다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은 해수욕장같은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애새끼들끼리 겁대가리 없이 몇 길이나 되는 바닷물을 가로지르며 놀다가
다리에 쥐가 난다거나 해서 한두 놈 쯤 물에 빠져 죽는다한들 누군가가 득달같이
달려와 도와줄 이 하나 없는 외진 곳이었다. 뭐, 외부 상황이 그렇기도 했거니와,
성적 자각력이나 수치심이 아직 두드러진 나이가 아니었던지라 벌건 대낮에 스스로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놓는 것에 별반 거부감 같은건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노라면, 그런 원시적 상태에 대해 스스럼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만 그런게 아니라, 함께 놀던 친구들이 바다에 가면 예외없이 몸에 걸친 것들을
홀라당 벗어버리는걸 당연시했기 때문아닌가 싶다. 단 한 놈도 예외없이 말이다.
아참, 기억컨대, 태어날 때부터 온통 시커먼 털로 덮힌 특별한 반점을 엉덩이 한쪽에
달고있던 한 살인가 어린 옆집 녀석만 빼고는 다 그랬다.
어차피 다들 엇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미성숙한 붕알을 딸랑거리며 노는데 혼자만
뭐 특별한 물건을 달고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내외를 할 이유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점점 대가리가 커지고, 그에 따라 각자의 치부의 크기와 모양에 개성이 깃들게 되자
친구놈들도 딸랑거리는 불알을 더이상 드러내려 하지않고, 하다못해 빤스같은거라
걸치기 시작했다. 언제쯤부턴가 그 물건이 스스로 비밀스럽게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재산이나 되는 것처럼 깊숙히 숨기고 쟁여놓게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거나 남들이 가진 것에 비추어 특별한 뭔가를 갖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들이란, 따지고보면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자신만의 비밀'을 갖고 싶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살이의 방식은 최소한 그땐 그랬다. 그냥 남들처럼 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다지 내 물건이 각별히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물건이 특별히 남들에 비해
못날 것도 없는 이유다. 그냥 생긴대로 내놓고 살면 되는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기 그지없던 세상살이의 원칙이 이젠 통하지 않게 되었다.
단순명료하던 세상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온라인의 세상에서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인다. 다름아닌 아곳 와싸다에서도 말이다.
이곳은, 보통사람들이 취미의 문제를 구실로 자연스레 모여들다보니 하나의 커다란
동네 그늘집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이곳의 이용자 구성상 그냥 세상살이의 축소판
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곳이라는 말이다. 다들 엇비슷한 사고의 수준에, 엇비슷한
현실의 무게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는 기실 특별히 잘날 것도, 못날 것도 없는 그냥 그런 사람들이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저 남들도 다 아는 세상살이의 잡다한
일들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푸념하고 때론 목소리를 돋우기도 한다. 혹시
요런 문제에 대해서는 나보다 좀 더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아주 일상적인, 일회성 대화거리를 찾아드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곳에서 따로 불알을 가리는 격식을 차리거나 따질 일은 없는 곳이다. 그냥 있는
대로 자신의 불알을 드러내놓고 놀다가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자기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않는 모니터 너머 자신의 불알을 굳이
이렇게 저렇게 윤색하려드는 별스런 사람이 간혹 보이곤한다. 자신의 불알이 뭔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든지, 아니면 그 불알에 상당한 흠결이 있기 때문
이려니 하지만, 어쨌건 그는 모종의 불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모종의 불알을 아예 드러내지 않으면 될 터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윤색하고 갈아끼운 남의 불알을 무시로 사람들 앞에 들이밀며
'이 불알은 일주일에 3회를 무난히 쓸수 있다는 그 불알'이라거나 또는 '이 불알은
이전에 대단하게 칭송을 받던 어느 누구를 짝사랑했던 불알과 비슷한 불알'이라고
큰 소리로 선전질을 해댄다. 그러니, '별 것도 아닌 남의 불알을 가지고 저렇게 들이
대는 저 인간의 실제 불알은 무슨 큰 문제가 있는 모양인가?' 싶은 궁금증이 아주
아주 쪼~금, 어쩌다가 아주 간혹 한 번 정도는 살짝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해서...
'이보쇼. 당신이 자랑하는 그 불알은 이미 출고된지 30년도 더 된 헌 불알인데, 지금
까지 그 스펙에 맞는 성능이 나오겠오?' 하고 따졌더니, 사람들 모여있는 언저리에서
큰 소리로 불알자랑질을 하던 그 인간은 갑자기 바지춤을 걷어올리더니 줄행랑을
치고만다. 그러더니, 금새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똑같이 바지춤을 풀어놓는 것이다.
무슨 큰 문제나 흠결이 있는 불알이 아닌 바에는 최소한의 설명이나 자신의 논리로
자기가 자랑하는 불알에 대한 변호가 있음직하건만, 대꾸 한 마디 없이 그렇게
내빼기만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 불알 자랑이 담고있을 사기성을 의심해 이번엔 나도 큰 소리를 질러본다.
'모모 씨 저 양반이 자랑질 하는 불알의 스펙에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소'
그랬더니, 자기를 모욕하고 상스런 욕설로 비방한다고 난리를 피운다. 그러면서
그 불알의 원래 주인은 키신저라는 사람 것이니 키신저에게 가서 따지라는 것이다.
자신은 말하자면 키신저의 불알이 그럴 듯 해서 잠시 달아본 것 뿐이고, 그 외에는
아는 바도, 알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무식이 죄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자랑질해대는 그 불알의 현재 스펙을 따져
보거나, 불알의 무게 정도조차도 가늠해보지 않고 정체불명의 불알을 무턱대고
자랑하는 것은 사기죄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랑하는데 필요가 있겠다 싶으면,
키신저 뿐 아니라 평소에 벼라별 욕과 저주를 퍼붓기 마다않는 사람들 불알에까지도
손을 대기 일쑤니 참으로 이해하기가 쉽지않는 크리에이쳐다. 그가 허락도 없이
슬쩍 남의 불알을 빌려가서 자기 것인양 떠들어대고 있다는걸 원래 불알 주인이
알게된다면 과연 그를 향해 어떤 소리를 해댈까...
제대로된 스펙 정도도 따져보지도 않고 매일매일 갈아끼우고 있는 남의 불알 앞세워
동네방네 아는 척 떠들어대는 그가 일견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 그가
달고있는 실제 불알이 어떤 심각한 상태이길래 저 모양일까... 실없는 관심이 아주
아주 가끔씩 치밀어 올라, 언제 제대로 한 번 그의 실제 불알 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까지도 드는 이유다. 혹시, 그는 정말 자신의 불알을 달고있기나 한걸까....
사람의 불알은 대체로 몸무게의 100분의 1 미만이라고 한다. 고작 몇 백 그람
나가는 그런 불알 한쪽 달고있다고, 물론, 사내새끼 값을 하는 것은 아니다.
P.S.
어울리지도 않는 남의 고환 갖다가 좌판 위에 벌려놓고 떠벌이는 녀석의 자랑질에
헤벌레 하는 척 하는 놈들은 고환 자체가 아예 없는 놈들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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