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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습니다...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듯...
수첩노파 보다야 낫지만, 결국 회색인가, 박쥐, 트로이목마일 뿐인데 너 좋은 후보가 있으면서도 이미 국민들의 프레임은 고정된 모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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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부냐, 책임총리제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신경전이 섣불리 달아오르고 있다. 애초에 민주당이 흥행을 위해 안철수를 대선판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지만,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안철수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으니 이번 대선에서도 양보할 것이라는 헛꿈을 꾼 것이다. 후보 등록 직전에 극적인 단일화? 천만에! 장담컨대 그런 일 없다. 안철수가 고작 총리를 바랐다면 애초에 출마하지도 않았다. 그건 그냥 앉아서 어느 후보든 손만 들어줘도 될 일이 아니던가.
국민은 안철수를 너무 모른다
항간에선 문재인과 안철수가 손잡으면 ‘베스트 플러스 베스트’로 정권교체는 물론 이상적인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말들 하지만, 그런 일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도무지 안철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실 이번 대선판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서울대와 비서울대라는 구도가 나온다. 번번이 상고 출신에게 고배를 마신 치욕을 이번에 꼭 만회해 보려는 게다. 안철수, 손학규, 이해찬.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박원순도 심정적으론 서울대다. 그 역시 서울대를 마치지 못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어 누구보다도 안철수의 서울대병, 최고병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안철수 후보는 친구도 가까운 사람도 없다. 그가 누누이 강조하는 것, 즉 빚진 것이 없으니 권력을 나눠 줄 일도 없다는 주장도 액면 그대로 믿지 말고 한번 뒤집어 보라. 제 사람이 없으니 정권을 잡는다 해도 대부분 자리는 제 몫이 아니다. 나눠주려도 줄 사람이 없고, 혼자 먹으려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다 내놓겠다는 거다.
그는 기존의 썩은 정치인들과 섞이기도 싫어한다. 정치 경험도 없고 당도 모른다. 그러니까 당대표도 못한다. 무엇보다 관심도 없다. 그러니 총리든 당대표든 모두 당신네들이나 해라. 안철수는 오직 대통령밖에 할 줄 모른다. 어차피 이 나라에선 대통령 경험 가진 대통령 후보는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정치는 몰라도 대통령은 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자신 없을 것이다. 그래도 꼭 하고 싶다는 거다. 왜? 안철수는 최고가 되어야 하니까.
그래서 책임총리제인 게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차피 절로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일. 그걸 혁신정치니 새정치니 하고 떠벌이는 거다. 반(反)정치, 안(不)정치, 즉 정치 무경험을 그렇게 포장하는 거다. 그는 매사를 그런 식으로 미화시키는 얄팍한 재주를 지녔다. 착한 안철수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가 왜 포장술의 달인인지 이제 알 것이다
총리니 당대표니 그런 건 다 줄 테니 대통령 자리만 달라는 게다. 누구 밑에서 2인자로 있는 건 죽어도 싫다는 게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 총리는 수없이 나왔다. 최고병에 걸린 안철수에게 총리직은 오히려 콤플렉스만 자극할 뿐이다. 해서 청와대만 차지하겠다는 게다. 지금 안철수 캠프에 모여드는 사람들 데리고 곧장 청와대로 들어가려는 게다. 임명권 10분의 1로 줄였으니 그만큼 일감도 줄어들고, 박수받을 일만 대통령이 나서고 욕먹거나 책임질 일에는 총리를 내세우려는 거다. 그래서 책임총리제 아닌가? 그곳에서 왕 노릇 하며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만 하겠다는 거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다시 야당 할 수밖에. 당연히 문재인은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다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야 꿩 대신 닭, 양보해서 총리라도 하라는 거다. 게다가 임명권 10분의 9는 총리 몫? 꿩 한 마리보다 닭 아홉 마리가 배부르지 않겠는가? 민주당원들 역시 이대로 지는 것보다 청와대만 빼곤 다 저들이 차지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 없지 않느냐? 어차피 문재인이 된다 해도 청와대는 친노들 차지일 테니, 그러니까 자기들 몫은 그게 그거 아니냐는 계산이다.
대선 조커로서의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는 대선 날짜가 가까이 올수록 점점 떨어질 것이다. 깜짝 이벤트는 잠깐, 현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다 해도, 설사 기권한다 해도 문재인 후보 단독으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안 후보는 후보 등록일이 아니라 투표 당일까지라도 버틸 것이다. 과연 문재인이 그때까지 버틸 재간이 있을까? 민주당의 늙은 여우들이 그냥 두고 볼까?
안철수를 만든 건 민주당!
현재 안철수 후보의 안랩은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 M&A로 삼킨 것들이다. 이는 그의 포장술 다음의 두 번째 장기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지금 민주당을 먹으러 나선 거다. 당장은 형식적인 대통령만 하고 대부분의 권한은 당과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했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서서히 민주당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경험이 쌓이고 정권이 자리를 잡으면 10분의 1만 행사하겠다던 임명권도 조금씩 빼앗아 가면 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입당? 그런 모욕적인 말을! 이미 대선 출마선언에서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아가겠다고 한 안철수 후보. 돌아갈 곳 없어졌으니 민주당과의 단일 대통령 후보가 아니면 무소속으로 끝까지 올인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설사 정권교체에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구현해 보고자 했다고 하면 책임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장의 달인, 핑계대고 빠져나갈 구멍 만드는 데는 귀신이 아니던가?
박원순 측 입장에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게임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혹 다음 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총리로 스펙 쌓기 할 수 있고, 반대로 반근혜가 되면 차기 대선은 십중팔구 정권교체 될 것이니 그때까지 자기 지분만 잘 챙기면 된다. 무엇보다 이번에 민주당이 집권실패하면 당이 사분오열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때 이삭만 잘 주워도 안철수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안철수의 계산, 문재인의 운명
따지고 보면 지금의 안철수를 만든 건 민주당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후보를 내지 않은 때문이 아닌가? 어리석은 건지 순진한 건지 그걸 빌미로 단일화의 헛꿈을 꾸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실은 이번에도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문재인 후보가 지금이라도 기권해야 맞다. 하여 안철수 후보를 밀어주고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해야 하지 않은가? 서울대 조국 교수의 3단계 단일화 방안? 웃기는 말씀, 실수하셨다. 안철수 후보는 자기보다 잘났거나 잘난 척 하는 사람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감히 이래라 저래라, 오히려 자존심만 건드렸다.
지난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꾸준히 흘러나온 얘기, 즉 나중에 단일화할 때 양보하기 쉬울 것 같아 문재인을 찍었다는 말이 있다. 솔직한 소문이다. 서울대, 옥스퍼드대를 나온 손학규라면 안철수에게 양보한다는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헌데 서울대 출신이 경희대 출신에게 양보? 작년 서울시장 출마는 그냥 해본 소리, 대통령은 어림없다. 더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막판에 두 후보가 만나 담판을? 바로 그거다. 그게 '진짜 중요한 목표'다. 안철수는 그때까지 버틸 것이다. 담판은 안철수의 또 다른 장기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무엇보다 깻잎머리의 사전엔 승복이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입술 가진 사람치고 남을 배려하는 성정을 가진 사람 없다. 인상학의 기본이다. 둘만의 담판에선 절대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지금 한창 기세가 오른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하자며 안철수 후보를 압박하고 있지만 실은 그는 이미 ‘철수의 덫’에 걸려들었다.
아무튼 안철수가 원하는 건 오직 ‘톱 오브 톱’이다. 총리는 그저 줘도 싫다는 게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지지 속에 공식적으로 뽑힌 후보가 일개 무소속 후보에게 양보한다는 건 그 어떤 명분을 갖다댄다 하더라도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조롱거리로 남을 것은 뻔한 일. 하여 철없는 대통령 밑에서 굴욕 총리?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직한 묘지기? 어쩌면 문재인의 ‘운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든다. 걸을 때 가랑이에 바람이 이는 사람들의 운은 대개 거기까지다. 민주당의 운명이기도 하고.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