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 말이 유통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처음 들은 건 꼼수에서 김어준의 워딩이었습니다.
김총수가 이 말을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말엔 드러나 있는 의도와 숨겨져 있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분열로 망하니 단결해야 한다. 특히나 지금같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선거철엔 필요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의 숨겨져 있는 의도는 좀 다르게 읽힙니다.
분멸이 망하는 길이라고 설정하면, 모든 역량은 단결에 집중되게 됩니다.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게 되면, 그에 반하는 곁가지들은 내쳐지게 됩니다. 모든 구성원들의 단결 하나만을 목적으로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고 집단에 반하는 사람들은 배척됩니다... 파시스트 집단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진보라는 가치를 파시즘의 프레임에 가둬버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사회집단의 다양성, 가변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진보라는 스탠스에서 구성원들의 분열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고, 개개인의 욕망의 색깔들또한 제각각입니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서 충돌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진보의 가치가 바로 여기서 빛을 발휘해야 합니다. 각각의 욕망들로 인한 충돌을 어떻게 완화시키고 타협점을 찾을것인가? 일방적이지 않은, 공존 가능한 타협안을 찾아내는게 진보의 방법론입니다. 그렇기에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분열을 당연시하고 거기서부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분열은 두려워해야 할 현상이 아니라, 살갑게 받아들여야 할 현상입니다.
문후보와 안후보간의 대립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음에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그렇게 걱정할 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대립은 당연한 것이기에, 이 두 후보가 어떻게 상대와의 공존의 길을 찾아나가고 손을 잡게 되는지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우리의 기대와는 아주 동떨어진 나라로 갈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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