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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차를 폐차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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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14:56: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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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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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차를 폐차했네요.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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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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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차량을 교체하면서 년식으로만 보면 할아버지라고 불릴만한 96년식 크레도스1을 처분 했습니다. 매매상에 넘길까하다가 귀찮아지면 어찌하나 싶어 폐차장으로 떠나 보냈네요.
폐차라를 것을 처음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워낙 빠른 일처리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인터넷 검색해서 관인허가 폐차장중에 근처에 있는 곳에 전화하니 점심때 가져가고 저녁에 폐차인수증이랑 보상금이 입금 되더군요. 너무 빨리 처리되서 집 주차장에서 이녀석 떠나가는 모습이 한동안 기억이나서 멍해있었네요.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이 녀석을 데려온게 제기억으로는 군대 있을 때였던것 같습니다. 기아 자동차 현대에 넘어가기 전에 크레도스1을 30%넘게 할인해서 팔때가 있었지요. 왠일로 절약절약하시는 아버님이 신차 사신다길래 놀라고, 거기다가 중형차로, 게다가 쏘나타와 쌍벽을 이루며 핸들링에 감동한다는 그 녀석이라니 하면서 빨리 휴가 나가서 몰아보고 싶었더랬지요.
제대하고 아버지 몰래 차키 훔쳐다가 밤에 몰고 시내한바퀴 돌다와서 주차하기를 몇번했는데, 아버지가 아침 식사때에 "요즘 기억력이 약해졌나 자동차 주차한자리가 기억이 안나네" 하시던 기억도 나네요.(뭐 당연히 아셨겠지만 싫은 소리 안하시는 분이라서...) 가끔 아버지 옆에 안자서 "차 좋아요??"라고 여쭤보면 웃으시면서 "어 밟으면 미친X 처럼 나가.." 말씀하시면서 좀처럼 웃지 않으시던분이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로 분가해서 올라오고, 아버지가 새차를 구매하시면서 자연스레 그녀석은 제손으로 들어왔고, 이녀석 몰면서 결혼도하고 아들녀석도 얻게 됐네요.
매년 오일 소모품류만 교체해주면 멀쩡하게 잘다니고, 올 봄만해도 자동차 정기 검진에도 너끈하게 통과한 녀석인데.. 에어컨이 고장 나버렸네요. 정비소에 갔더니 프레온 가스관이 새는것 같은데 다 뜯어봐야해서 공임이나 차값이나 비슷하지 싶다고 해서 "괜찮은 중고차 찾을때까지만 버텨다오"하면서 돌아왔었네요.
다행히 최근에 옆동네 할아버지가 3년정도 된 Qm5 휘발류차량을 파신다길래 계약 인수하면서도 "잘 달리는차 괜히 바꾸는거 아니야."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다행히 크레도스의 후배로 입양된녀석이 정비소에서도 큰문제가 없고, 연식대비 마일리지가 엄청 짧아서 차량 상태가 거의 신차랑 동급이라고, 이차는 너무 안달려서 밟아만 주면 된다는 기분좋은 정비사의 말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한시름 놓이기도 했네요.
무엇보다 인수가 끝나고 집사람을 태웠는데 너무 좋다고 눈물까지 살짝 비치는걸보고 너무 박하게 살았나 싶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그렇더군요.
아무튼 주차장에서 나가는 그녀석을 보면서 아버지차라는게 참 아들들한테는 많은 의미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늘 든든하게 우리가족 사고, 고장없이 한결같이 달려준게 너무 고맙기만하네요.(최근에 어떤 자동차 CF랑 콘티가 비슷한 느낌이긴합니다.)
이제는 은퇴하시고 고향에서 텃밭일구시면서, 주민센터가면 바둑친구 많고 점심도 싸다고 추석때 자랑하시던 아버지 생각도나고 참 묘한 경험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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