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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은 인생~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10-07 15:49:48
추천수 1
조회수   1,029

제목

공평하지 않은 인생~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나는 술을 좋아한다.

젊은시절엔 2 차 3 차 새벽 4 시 까지 달리고, 2 시간 눈붙인후 출근을 해도 오전시간만 골골하다보면 컨디션이 좋아지곤 했다.

그러나 오디오도 세월이 지나면 여기저기 이상증세가 나타나듯이,

내 몸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좋아하는 술을 끊을수는 없어, 최근엔 술마실 기회가 생기면, 2 차는 무조건 안가는 나만의 규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어제 친척 예식이 있어서 참석하려고 마눌님과 함께 길을 나섰다.

술마실게 뻔하기에 차를 두고 택시를 탔다.

결혼식이 시작됐는데 예식도 시대의 영향이 반영되는지, 신랑 친구들이 요즘 한창 뜨고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어댄다.

분위기 띄우는데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다.

엄숙히 진행되던 예식이 졸지에 하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며 난장판(?)이 되었다.

점찮게 서있던 신랑까지 말춤에 합세하자, 하객들이 배꼽을 잡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신랑신부가 양가부모님께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볼때는 나도 모르게 숙연해져 눈물 몆방울이 흘러 내렸는데, 싸이의 말춤때문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울다가 웃다가...

아무튼 지금까지 본 예식중에 최고로 재미있는 결혼식을 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말춤이,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한 암시라는걸 이때만해도 알지를 못했다.



예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기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 층에 있는 뷔페 연회장을 찾아갔다.

뷔페음식을 썩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 년 여 만에 먹어보는 음식이라서인지 음식맛이 제법 괜찮았다.

아들과 조카가 따라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마시니, 포만감과 함께 취기가 몰려온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친척조카가 운영하는 비어홀로 몰려가 피로연을 가지려는듯 한데,

마눌님이 나에게 같이 가자고했지만, 배도부르고 졸린다는 핑계를 대며 아들에게 나를 그냥 집에 내려달라고 했다.

사실 처가쪽 친척들에게 나는 찍혀있는 사람이다.

무슨 행사가 있을때마다 중간에 빠져나오다보니, 내 손위조카는 나를 싸가지라고 부른다는 것도 어제서야 알았다.

처갓쪽 집안이 술이라면 말술을 마시며 새벽까지 달리는 사람들로 포진해 있다보니, 내가 동급으로 달리면 다음날 나는 초죽음이 된다.

그래서 분위기를 살피다 슬쩍 빠져나오곤 했다.



집으로 돌아와 두어시간쯤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신부어머니 즉 처남댁의 목소리다.

" 오늘같은 날 정말 그러실거예요? 빨리 오세요~ "

" 예~ "

한마디 변명도 못해보고, 마침 약속이 있다며 돌아온 아들이 차를 태워줘서, 처가친척들이 있는 비어홀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술잔세례가 몰려온다.

손위 조카가 한말씀 하신다.

" 이모부 오늘은 절대 움직일 생각 하지마요! "

" 예 조카님~ "



벌주를 마시듯 연거푸 마시다보니 정신이 따리해지는데, 2 차로 8090 라이브를 가잔다.

맥주와 양주를 번갈아 마시니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출연가수인 필리핀여가수들이 또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어댄다.

모처럼 처가식구들과 흥겨운 자리를 가지니, 마눌님의 얼굴빛이 화색이 도는게 역력하다.

그래 달리는거야 갈데까지 가보자~





아침에 잠깐 눈이 떠졌다가 미친듯이 몰려오는 숙취로 인해, 마눌님이 끓여준 북어국은 뜨는둥 마는둥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조금전 다시 눈이 떠졌는데,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겠다.

냉수만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죽은듯이 누워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목공소 김사장님이다.

" 어디셔유? "

" 집이유~ "

" 이리와유.. 지금 닭삶고 있는데 와서 잡숴유~ "



물도 간신히 마시고 있는데 닭이라니... ㅠㅜ

먹을게 있으면 평소 자주 전화를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어째 번지수가 안맞는 날인가 보다.

예전엔 먹고싶은 음식이 있어도 돈이 없어 사먹을 수가 없고, 찾아주는이가 없어 손가락만 빨은적도 있는데,

근래엔 갑자기 무슨 호사운이 겹쳤는가 먹을게 겹쳐서 온다.

어렵던 지난시절때에 이러한 호사를 반 만 누렸더라도 눈물나게 맛있게 먹었을텐데...ㅠㅠ

인생은 참 공평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하더래도 뒤늦게 찾아오는 이러한 먹을복이 있다는건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푸지게 마시고 지금까지 골골거리긴하지만...

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니...

내 자신의 삶이 그리 잘못 살아온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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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2-10-07 16:06:10
답글

창연님은 여러 사람 에게 호감을 주지만..몸도 생각하세요.<br />
그런거 보면 전 정말 이기적인가 봐요..<br />
누가 뭐래도 내가 못견디면 중간에 와 버리니...<br />
이젠 술친구는 없습니다..ㅅ

고강민 2012-10-07 16:36:40
답글

따뜻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이숭규 2012-10-07 16:52:04
답글

정말 가슴 따뜻한 글이네요.^^

신석현 2012-10-07 17:11:08
답글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보면 <br />
감사한 일 뿐인 것 같습니다<br />
숙취, 빨리 깨시길^^

서일원 2012-10-07 17:34:52
답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박성민 2012-10-07 18:26:21
답글

글 쓰시는 재주가 남다르시네요...<br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kdugi3@naver.com 2012-10-07 19:22:25
답글

필력을 쌓을수잇는 비법좀 전수해주세요 따뜻한 글 잘 읽엇슴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2-10-07 21:50:57
답글

읽어주시고 글 남겨 주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br />
어딘가에 정신을 몰입하면 숙취를 잠시나마 잊을수 있을것 같아, 기억나는데로 &#47750; 줄 남겨 봤습니다.<br />
저녁시간이 되니, 속이 많이 가라앉는군요.^^<br />
<br />
이재형님... 숙취로 정신없는 사람의 글이 무슨 필력이 있겠습니까.. 읽어주신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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