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산에 거주하는 눈팅 전문 회원입니다.
지금시각이 새벽 4시정도 되었네요.
어제 아내와 정기검진을 받으러 충무로 제일병원에 왔다가, 혈압이 높다는 주치의 선생님이 염려가 된다며 입원을 했습니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혈압이 높을 경우 아이를 조금 더 일찍 낳을 수도 있다길래 분만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전에도 가끔 수축(출산전 배뭉침)이 있긴 했지만, 워낙 병원을 무서워 하는 아내가 입원을 하고 긴장을 하다보니 수축이 심해지더군요.
그래도 임신 막달이기 때문에 그럴것이다 라면서 혈압만 낮아지면 퇴원할 수 있다는 주치의 샘 말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가 어제 오후에 주치의샘이 회진을 도시면서....
수축이 세게 잡히고, 아기 위치도 그렇고 바로 수술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순간 저와 아내 모두 눈 앞에 캄캄했습니다.
우리 둘은 식사를 못해서 밥을 언제 먹네 마네 이런 얘기하며 빨리 주치의샘이 괜찮다고 말해주면 맛난거 먹자고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출산을 한다니....
아내는 갑자기 서럽게 울고, 저도 당황스러워 하고 뭐.... 눈 앞에 하얘지더군요....
아....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수술 준비가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동의서를 쓰면서 무슨 온갖 잔뜩 무서운 말들을 하는데 정말 미치겠더군요.
그렇게 수술 결정 40분만에 아내는 수술실로 내려가고, 저도 뒤따라가서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를 보면서 눈물이 흐르더군요.
토요일 오후라 응급수술이 있는 경우빼곤 수술 스케줄이 없기에 대기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안 찾던 온갖 신들께 기도하고, 제발 무사히 끝나게 해달라며 빌고 또 빌었습니다.
30여분 지났는데 문이 열리더니 아이와 함께 간호사샘이 나오더군요. 순간 아기들은(쌍둥이) 보이지 않고, 아내의 안부를 먼저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아기들이 보입니다. 아들녀석은 한 눈을 뜨고 저를 보다가 살짝 웃고, 딸은 얌전히 눈 감고 있더군요.
그렇게 신생아실로 옮겨서 검사를 해보니 조산(36주4일)이고 쌍둥이라 아기들이 작다보니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들은 호흡이 좋지 못하고 딸은 혈당조절을 못한다 하더군요. 배속에 있었을 때부터 아들이 딸 보다 몸무게가 더 컸었기 때문에 아들보다는 2키로가 채 안되어 태어난 딸을 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배속에서도 딸은 부지런히 호흡연습을 했었는데, 아들은 띄엄띄엄 호흡연습을 하더니 결국 호흡문제때문에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인큐베이터속에 누워있는 아기들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다행히 아내는 잘 회복이 되었고, 딸도 혈당조절이 조금씩 되어간다길래 안심했는데, 아들이 호흡으 좋질 않다고 하여 응급처치를 들어갔습니다.
마음이 착찹하더군요.
축하하러 와주신 장인, 장모님과 처남쪽 내외분들과 무거운 마음을 끌고 겨우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하루종일 굶었다가 먹는 밥이었지만, 목구멍으로 쉽사리 안넘어가더군요.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지나가고, 입원실에서 쓰러지듯 한숨 자다가 이 새벽녁에 잠이 깨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지금도 옆에선 배고픈데 앞으로도 24시간 금식으로 인해 잠못 이루는 아내가 있는데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수술 잘 하고, 그 힘든 쌍둥이를 36주 넘게 잘 품어준 아내가 너무 고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낳았어도 아직 몸이 온전치 못해 아가들도 제대로 못본 아내가 안쓰럽습니다.
작은 몸으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는 우리 아가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얼른 기운차려서 회복했으면 좋겠네요.
아직 아가들 면회시간 되려면 7시간이나 남았지만, 그간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아빠가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아내가 잘 회복되어 가고 있고, 아가들도 잘 회복되어 가고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얼른 날이 밝아 아가들을 보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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