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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9-15 14:02:23
추천수 1
조회수   1,509

제목

부부~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엊그제 스스로 만든 안주에 도취되어, 기분좋게 막걸리 몆 잔을 마셨더니, 조금 오버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영 껄쩍지근 하더군요.

마눌님께선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서방님이라고 속풀이 콩나물 해장국을 끓여 주시더군요.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 저의 글을 보며 좋게 봐주시는분도 계셨지만, 사실 글이란게 본인 입장에서 표현하는 것 이다 보니, 자신의 치부는 드러내려 하지 않고, 미화시키는 경향이 적잖이 있습니다.

저역시 그런점에서 본다면, 아니라고 부정은 안하겠습니다.

사람답게 살려고 애를 쓰고 있긴하지만, 여느 사람 못지 않게 수많은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마눌님을 처음 만났을때, 원래 좀 통통한 몸매였지만, 아이들을 낳고 찌든 생활고(이는 99% 제 책임임을 통감하고있음)에 시달리다보니, 스트레스때문에 과식을 했는지

아니면 원체 식성이 좋은 탓 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다소 과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긴 마눌님과 같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다보면, 보는 사람마저도 식욕이 솟아오를정도로 참 음식을 맛있게 먹습니다 ㅎ ㅎ

오늘도 아침식사를 하는 마눌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입안에 넣고, 턱근육이 움질거릴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씹어 먹는 모습을 보니, 새삼 생명의 숭고함마저 느껴집니다.

음식이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요불가결의 요소라고 하죠.

한 때는 이 생명을 유지시키는 음식마저도 배불리 먹여주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입에 담지 못할 심한 폭언를 내뱉은적도 있고, 심지어는 이혼 하자 소리를 한적도 있습니다.

그때 마눌님께서 그러더군요.

"내가 당신하고 살려고 했을때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헤어질려고 마음을 먹었었으면 진작 헤어졌지...이만큼 고생하고, 이제와서 헤어지자고? 이혼할려면 혼자나 해! 나는 절대 이혼안해!!"

ㅋ-~

사실 저도 말다툼끝에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튀어 나온 말이긴 했지만, 진심은 아니라 해도 해서는 안될 말을 했었습니다.

게다가 못난 남자의 표상인 여자에게 큰소리까지 쳤으니, 오래 오래 마눌님 마음 한 켠에 상처로 남아 있었을 겁니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으면서 늘 미안한 감정에 사로 잡힙니다.





결혼이란 화성인과 금성인의 만남이라고 비유 하는 말도 있는데, 너무 잘 맞아 돌아간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처음엔 서로 좋은 감정이 있었기에, 결혼까지 결정하게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활화산처럼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유지 하며 결혼하신 분 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결혼한지 일 년이 지나신 대부분의 분 들은 이해 되실 겁니다.

활화산이 용광로로 바뀌고 용광로가 다시 은근한 온기로 남아지는 질그릇으로 바껴지고 있음을...

저같은 경우엔 30 여 년 가까이 같이 살다보니, 처음엔 사랑이었지만, 그것이 점점 정으로 변하고, 요즘엔 동정이라는 감정으로 바껴지는것 같습니다.

못난 저를 만나, 수 십 년 간 고생만 시키다 보니, 맛난 음식 한 번 제대로 먹여 준 적 없고, 좋은 옷 한 번 제대로 사준 적이 없습니다.

이러고 살아왔던 지난 일들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지라, 몆 해 전 부터는 일부러 마눌님을 모시고 나가, 가끔씩이라도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같이 먹기도하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넵니다.

이러한 제 마음을 받아주며 기분 좋아하는 마눌님의 모습을 보게 되면, 저 또한 즐거운 마음이 들어야 할 텐 데, 웬지모르게 그냥 애틋한 마음만 앞서네요.

한 때 쥐꼬리보다 못한 자존심을 내세워, 이 사람을 만나 내 인생이 이렇게 꼬여 간다며, 마눌님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맨날 술에 쩔어 살며,

제 운명을 받아들이고싶지 않은 적 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만일 이 사람이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행복했었을까? 하는 생각은 왜 못 했었는지...

도대체 무엇때문에 성공 하려하고 무엇때문에 화를 내었었는지...

애초에 이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는, 이뻐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려 했던것이 그시작이었을텐데... 왜 초심을 잃었을까...?

역시 저의 미욱함으로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세월이 이만큼 흐른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만일 그때 이혼하자는 제의를 마눌님이 순순히 받아 들였다면, 현재 저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었을까요?

자세히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십중팔구는 저 서울역 대합실 광장에 널부러져, 술에 쩔어 지내는 알콜중독자에다,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있을 확률도? 없지 않아 있어 보입니다.

그리 생각하니 저에게 있어서 마눌님의 존재는, 제 인생의 훼방꾼이 아니라 저의 구원자이자 제 인생의 등불 이더군요.

부모님이 저를 낳아 주시고 먹이고 키워 주시기도 하셨지만, 오늘날 제가 이만큼이나 살아 숨쉬고 행세 꽤나 하고 다니는데는,

마눌님의 적지않은 노고와 애달픈 눈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도 굳이 감추지는 않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20 년을 부부로 살면서 자애로운 미소를 보이며, 이웃사람들의 눈엔 늘 잉꼬부부로 보이는 한 50 대 부부가 있었답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싸우는걸 본적이 없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갑자기 그 아내가 자살을 했답니다.

왜였을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 부부는 서로가 너무나 상대를 배려 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상처가 될까봐, 꾹꾹 눌러 참으며 한번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답니다.

20 여 년을 그리 살다 보니, 서로의 가슴에 수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부부가 같이 저녁상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숟가락으로 된장찌게 국물을 떠 맛을 보던 남편이, 무심코 한마디를 했답니다.

"짜다!"

그 말을 들은 아내의 표정이 굳어지며 말이 없더랍니다.

그 다음날 아침 남편이 거실로 나오다 목을 매 숨져있는 아내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 평생 좋은말만 하면서 살아도 인생은 그 시간이 너무 짧다 - 라는 말도 있지만,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부부로 살면서 항상 좋은 얘기만 할수는 없겠지요.

비온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부부간에도 적당한 말다툼은, 서로간에 애정을 견고이 하는데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서로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막가자식 대화는 배제 되야 하겠지요.

그런면으로 본다면, 저도 앞으로 저의 마눌님과의 남은 세월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토닥거리며 이쁜 사랑으로 다져나가야 할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다정한 부부생활 영위해 나가시길 바라며, 오늘의 글 이만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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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c9661@yahoo.co.kr 2012-09-15 14:10:31
답글

평소에 창연님의 글을 보면 해탈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꼈지만 <br />
오늘 이 글로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시네요...^ 좋은 글 거울로 삼겠습니다.

황준승 2012-09-15 14:15:55
답글

특정인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요?<br />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글인 것 같습니다

황준승 2012-09-15 14:31:53
답글

지우시기 전에 제가 캡쳐 해가도 될런지요?

harleycho8855@nate.com 2012-09-15 14:50:53
답글

황준승님... 캡쳐하셔도됩니다.

김원덕 2012-09-15 14:56:37
답글

연륜이 묻어나는 좋은 가르침 입니다,~~~

전성환 2012-09-15 15:16:28
답글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br />
많이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박석규 2012-09-15 15:35:00
답글

이 글이 나의 마음의 표현이 된것 처럼 절절히 동감합니다. 양보 .절제.희생 그리고 욕심 부족함과 과욕이 앞선 부끄러운 모습이지요. 남은 시간이나마 후회없이 잘 살면 조금은 용서를 받겠지요. 건강하게 열심히<br />
잘 하시기를 바람니다. 마음에 감동을 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림니다.

이숭우 2012-09-15 15:36:52
답글

전 언제 인연을 만나 이런 글을 남겨 보나요?<br />
아마 와싸다 독거남중의 상층부에 해당될듯... ㅠㅠ

손은효 2012-09-15 15:43:59
답글

내 맘 같은 글이네요<br />
20년 넘게 살아온 저로써도 심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br />
캡쳐해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조영석 2012-09-15 15:52:31
답글

저를 모델로 쓰신 것같다는...<br />
<br />
평범한 남자들의 마음도 저리할 것입니다.<br />
<br />
정감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백경훈 2012-09-15 16:09:26
답글

잘 읽었습니다.

염일진 2012-09-15 16:14:21
답글

배우자와 오래 같이 살다 보면,연민의 정이 들지요.<br />
서로 좀 안맞는다고 그걸 불만 삼는 건 ..결혼초에나 해당되는 말입니다.<br />
애 키우고 살림 살고 남편 뒷바라지 한다고 애쓰는 마나님을 가슴이 대범한 남자가 <br />
품어야죠...자존심때문에 서로 다투는 건 좀 아니라 봅니다.<br />
<br />
그나 저나 창연님 처럼 막걸리를 자주 마시면 이렇게 가슴이 따뜻해지고,<br />
생각이 깊어지나요???.....

김승수 2012-09-15 17:17:10
답글

레이방 날리면 즉빵 따땃해짐돠.... ㅡ,.ㅡ"

harleycho8855@nate.com 2012-09-15 17:32:19
답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br />
<br />
일진을쉰... 막걸리를 마시면 알콜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지는것 같긴한데, <br />
생각이 깊어지는지는 지도 잘 몰겠슴돠.. ㅠㅠ<br />

yhs253@naver.com 2012-09-15 20:50:08
답글

저도 20년넘게 결혼생활 했지만...<br />
참..지랄같은 제성격 받아준 마누라가 늘 고맙죠..<br />
고친다 고친다 하면서도...<br />
늘 싸우고 살아도..... 극한상황이 오더라도 상대편 식구 얘기 안하면 됩니다.... <br />
상대편식구 얘기하는순간 겉잡을수 없게 됩니다....그게 비결입니다....

노재윤 2012-09-15 21:16:39
답글

저랑 연배가 비슷하신것 같은데<br />
참 글을 조리잇게 잘 쓰신것 같으네요<br />
님의 말씀에 참 동감합니다<br />
그리고 같이 30년 가까이 살아준 옆지기에게도 감사합니다<br />
제가 이글을 읽고 제 옆지기에게도 와서 읽어보라고<br />
했습니다<br />
제 집사람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네요<br />
좋은글 감사합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2-09-15 23:37:05
답글

임호삼님... 가끔씩 써주시는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과 의협심이 담겨 있는 글을 보며, <br />
제가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br />
저의 경우엔 처가식구얘기로 말다툼을 했다기보다는, 젊은시절에 하는일마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어,<br />
애꿎은 마눌님께 화풀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br />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ㅠㅜ<br />
<br />
노재윤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수영 2012-09-16 01:09:45
답글

벌초하고 느지막히 도착해서 막걸리 먹고있는데요,<br />
<br />
막걸리 드시고 쓰시는 조창연(어르신)님 글이 가슴속에 짠하게 들어오네요 <br />
<br />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글 많이 올려주셔요~ 물론 훨씬 더 행복 하시구요ㅎ

이숭규 2012-09-16 02:27:26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br />
(글을 참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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