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철학책을 좀 읽었습니다.
헬트가 쓴 책인데요...
거기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를 '아버지'로 보는 것만큼 헬라세계에서,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가당찮은 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말하자면....헬라세계는
1) 남자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정치) 곳인 '폴리스'에서는 '힘'이 '설득력'에서 나옵니다. 폴리스에 모인 남자들이 서로 연설을 하고, 그 연설이 얼마나 상대방을 설득시키느냐에서....힘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폴리스...정치하는 곳에서는 힘이 '권위적'으로 나오지 않고 자유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택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 힘을 얻어내는 방식은 '강제'가 아니라 연설을 통한 '설득'이구요
2) 그런데 '오이코스'(집)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오이코스에서는 가장의 권위라는 것이 '설득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나옵니다. 가족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서 가장의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장이라는 자체가, 아버지요 남편이라는 자체가 권위를 가지기 때문에 여기에는 자유나 설득이 없습니다. 그냥 까라면 까는 거죠. 이것은 '가족 안에서', 가부장의 권력입니다.
그런데 헬트가.....이 부분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분석을 하더군요
"이 오이코스에서의 역할을 폴리스에 가져오는 것만큼 혐오스런 것이 없다. 즉 폴리스에서의 힘은 자유 안에서 행해지는 설득에서 나오는데, 타당한 설득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가장이다'라는 오이코스에서의 권력을 가져오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볼 때는 영역위반, 전도요, 거부해야 할 사회이다." (문자적 인용은 아님. 그냥 제가 정리한 거)
이 부분을 읽으니까, 우리나라 모습이 정확하게 떠오르더군요.
우리는 서양과 다른 점이, 왕정을 지냈지만 왕을 '나라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오랫동안 지배했습니다. 이는 계약관계로 맺어진 서양의 '주군'과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말 그대로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자면 '오이코스'의 영역이 '폴리스'의 영역을 침범.....을 넘어....완전히 장악한 것이지요.
그러면....근대화로 가는 길은 무엇이냐.....정치하는 나라의 일을 '가부장'적 체계로 인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정치하는....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지, 국부(國父)가 아닙니다. 이순자나 발꾸락 돼지는 국모가 아닙니다.
가스통 할배들이나, 왜나라당 지지자들이 전형적으로 펴는 논지가....바로 구태의연한 영역혼돈입니다. 오이코스의 체계(물론 현대는 '가부장'도 의미없습니다만, 철학개념에서)를 폴리스로 가져와서 대통령이 국부가 되어 버리는 순간, 거기에는 그리스의 민주적 연설과 설득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하는 것이 됩니다. 그냥 아버지가 말씀하시니 토 달지 말고 들어야만 하는거죠.
이 부분 읽으면서 어찌나 우리나라 상황이 떠오르던지,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p.s : 그나저나 헬트....책을 참 쉽게 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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