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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7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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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17:0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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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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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7만원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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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 [가입일자 : 2005-08-19]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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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뭐가 있을까.
스타벅스 5천원짜리 커피 14잔, 4명 친구가 같이 가면 3번 마실 수 있는 돈
두마리 24000원 하는 치킨 3번 먹을 수 있는 돈(2000원이 부족해 다리 둘은 빼고)
3,000원하는 생맥주 500CC 23잔을 마실 수 있는 돈
이마트 표 저렴한 구두 한 켤레 살 수 있는 돈,
이마트 표 바지 하나 살 수 있는 돈
편의점 알바 시급 3600원 10시간 이틀 근무로 얻을 수 있는 돈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20 여년 전에 같이 강의하던 친구죠.
사람이 모나지 않고 신실합니다.
키도 크고 몸집도 좀 있어 한 뽀대합니다.
그 때 그 친구는 하루 10시간 이상 강의했습니다.
하루 10시간 동안 말을 한다는 것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것
기계가 되어 간다는 것
얼굴 근육이 마비가 된다는 것
결국 몸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목을 강의하는 선생이 많이 부족하던 때였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세월이 가니 친구가 강의하던 과목도 시들해 결국 강의를 접고 음식점을 하게 됩니다.
인천 송도 유원지에서 제법 큰 음식점이죠.
말하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입니다.
근데
평생 강의만 한 사람이
한 번도 음식점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 큰 음식점을 했으니 아니 이런 사람이 5년을 했으니 어찌 보면 용합니다.
많은 빚을 지고 그만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동네 작은 음식점을 개업합니다.
그 친구 말은 안하지만 큰 음식점(부지면적이 500평) 하다 졸지에 작은 음식점(홀 주방 합쳐 20평 내외) 하니 자존심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음식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래도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하루는 그 음식점에 저와 집 사람 그리고 아들이 갔습니다.
고생하는 친구 위로겸 아들 놈 고기좀 먹이려고 간 것이지요.
당시 아들은 송도 간척지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에 아들 알바 이야기도 있었지요.
아들 놈이 처음에는 온 몸이 새빨갛더니 나중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되더군요.
올 여름처럼 더운 날 옷을 입었어도 아들 등은 옷을 벗은 것과 똑같이 탓습니다.
알바 마지막 날에는 거의 스러질 지경이었다고 나중에야 말하는 아들..
아들은 5시에 일어나 5시 반에 집을 나갔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다시 친구 얼굴 볼 겸 친구네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근데 친구의 얼굴을 보았더니 수척해지고 아들과 꼭 같이 검었습니다.
친구는 예의 그 너털 웃음을 하며 조용히 말합니다.
나 일당 7만원 알바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송도 알바 현장으로 가서 일한 다음 오후 5시 경에 가게로 나온다.
하는 일은 아들과 같고 고생하는 것도 아들과 같다.
일당 7만원
당연히 이런 돈은 아닙니다.
바로 이런 돈입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속칭 노가다를 할 수 있습니다.
언필칭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이지요.
머리로는 그렇습니다.
심정적으로는 그게 잘 안됩니다.
그 친구가, 평생을 강의만 했던 친구가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않고 막노동을 한 것입니다.
나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바다를 막는 일
노가다를 할 수 있었을까.
모릅니다.
대화를 하러 공사현장에 간 건 아니지만 막노동으로 10년 이상을 생활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 하루 하루를 보냈을 친구를 생각하니 참담해집니다.
어제 일요일 제가 쉬는 날에도 그는 현장에 갔습니다.
오후에 산책을 나간 중에 생각합니다.
친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무나 철근을 등에 져 나르고 있을 텐데...
도움을 줄 힘이 없는 내가 참 미안하고,
용기 내 현장에 간 친구가 참 대견합니다.
친구야 용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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