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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7만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9-03 17:00:28
추천수 3
조회수   2,548

제목

일당 7만원

글쓴이

조영석 [가입일자 : 2005-08-19]
내용
7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뭐가 있을까.



스타벅스 5천원짜리 커피 14잔, 4명 친구가 같이 가면 3번 마실 수 있는 돈

두마리 24000원 하는 치킨 3번 먹을 수 있는 돈(2000원이 부족해 다리 둘은 빼고)

3,000원하는 생맥주 500CC 23잔을 마실 수 있는 돈



이마트 표 저렴한 구두 한 켤레 살 수 있는 돈,

이마트 표 바지 하나 살 수 있는 돈



편의점 알바 시급 3600원 10시간 이틀 근무로 얻을 수 있는 돈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20 여년 전에 같이 강의하던 친구죠.

사람이 모나지 않고 신실합니다.

키도 크고 몸집도 좀 있어 한 뽀대합니다.



그 때 그 친구는 하루 10시간 이상 강의했습니다.



하루 10시간 동안 말을 한다는 것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것

기계가 되어 간다는 것

얼굴 근육이 마비가 된다는 것



결국 몸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목을 강의하는 선생이 많이 부족하던 때였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세월이 가니 친구가 강의하던 과목도 시들해 결국 강의를 접고 음식점을 하게 됩니다.

인천 송도 유원지에서 제법 큰 음식점이죠.

말하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음식점입니다.



근데

평생 강의만 한 사람이

한 번도 음식점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 큰 음식점을 했으니 아니 이런 사람이 5년을 했으니 어찌 보면 용합니다.



많은 빚을 지고 그만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동네 작은 음식점을 개업합니다.



그 친구 말은 안하지만 큰 음식점(부지면적이 500평) 하다 졸지에 작은 음식점(홀 주방 합쳐 20평 내외) 하니 자존심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음식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래도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하루는 그 음식점에 저와 집 사람 그리고 아들이 갔습니다.

고생하는 친구 위로겸 아들 놈 고기좀 먹이려고 간 것이지요.



당시 아들은 송도 간척지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에 아들 알바 이야기도 있었지요.

아들 놈이 처음에는 온 몸이 새빨갛더니 나중에는 아프리카 원주민이 되더군요.



올 여름처럼 더운 날 옷을 입었어도 아들 등은 옷을 벗은 것과 똑같이 탓습니다.

알바 마지막 날에는 거의 스러질 지경이었다고 나중에야 말하는 아들..

아들은 5시에 일어나 5시 반에 집을 나갔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다시 친구 얼굴 볼 겸 친구네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근데 친구의 얼굴을 보았더니 수척해지고 아들과 꼭 같이 검었습니다.

친구는 예의 그 너털 웃음을 하며 조용히 말합니다.



나 일당 7만원 알바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송도 알바 현장으로 가서 일한 다음 오후 5시 경에 가게로 나온다.



하는 일은 아들과 같고 고생하는 것도 아들과 같다.



일당 7만원









당연히 이런 돈은 아닙니다.





바로 이런 돈입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속칭 노가다를 할 수 있습니다.

언필칭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이지요.



머리로는 그렇습니다.

심정적으로는 그게 잘 안됩니다.



그 친구가, 평생을 강의만 했던 친구가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않고 막노동을 한 것입니다.



나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바다를 막는 일

노가다를 할 수 있었을까.



모릅니다.



대화를 하러 공사현장에 간 건 아니지만 막노동으로 10년 이상을 생활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 하루 하루를 보냈을 친구를 생각하니 참담해집니다.



어제 일요일 제가 쉬는 날에도 그는 현장에 갔습니다.

오후에 산책을 나간 중에 생각합니다.



친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무나 철근을 등에 져 나르고 있을 텐데...



도움을 줄 힘이 없는 내가 참 미안하고,

용기 내 현장에 간 친구가 참 대견합니다.



친구야 용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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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진 2012-09-03 17:16:18
답글

값진 칠만원이네요

조영석 2012-09-03 17:28:39
답글

예 그렇습니다.<br />
전에는 적게 느껴 졌는데 친구 알바 후 7만원을 보는 눈이 달라 졌습니다.

송기웅 2012-09-03 17:33:54
답글

사십대 중반이 되고 나니 남이야기가 아닌거 같아,,,마음이 찡합니다.

mikegkim@dreamwiz.com 2012-09-03 17:48:48
답글

저도 곧 제게 닥칠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br />
요즘 경기 바닥에 내리 꽂는걸 보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이상길 2012-09-03 17:49:58
답글

벌어논것도 없이 몇년후면 정년.... 가슴에 팍 와 닿은 글 이네요 마음이 가볍지 않군요

windouz@korea.com 2012-09-03 18:04:41
답글

한참 어려웠을때 잡부로 3년 정도 일해봤는데요<br />
솔직히 급여가 너무 적습니다.<br />
현장에서 일하는게 단순해 보여도 다 노하우가 필요한건데<br />
인정해 주질 않죠.. 외국인 근로자도 많구요<br />
<br />
정말 값진 7만원입니다.

koran230@paran.com 2012-09-03 18:33:02
답글

좋은날이 다시 올거라 믿습니다.

전성환 2012-09-03 18:40:40
답글

이런 글을 읽을때마 남자가 왜이리 불쌍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송봉근 2012-09-03 18:51:52
답글

흠.. 친구분 인성및 성향상 그시기가 언제일진 모르겠으나 반드시 좋은날 올듯합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은데.. 사뭇 귀감이 되는 좋은 친구분 두셨네요..영석님 마음새도 아주 보기 좋습니다..

harleycho8855@nate.com 2012-09-03 19:02:39
답글

노가다일이 말보다는 훨씬 어렵습니다.<br />
20 여 년동안 손에 흙묻는일 한번 안해봤던 사람이, 형편이 어려워지는 일이 생겨, <br />
모래지고 벽돌지는 일을 3 년 하고, 허리가 고장나 10 년간 고생 했습니다.<br />
10 년간 병치레하며 일도 못하고, 3 년 간 4~5 만 원 씩 받았던 일당은 병원비로 그 이상 날라갔습니다.<br />
노가다일에 익숙하지않은 사람이, 일당 7 만 원 때문에 그 일을 하려한다면, <br

이승현 2012-09-03 19:20:06
답글

저도 업이 하루에 7시간정도 때에따라서는 12시간을 말로 떠드는데 정말 힘듭니다. 08년부터 혼자 시작한 일인데 이젠 몸이 지쳐가는걸 느끼네요. 그렇다고 나중에 노가다일할 정도의 체력도 안돼구요. 젊어서 벌자고 용쓰는데 암튼 힘드네요.

이주현 2012-09-03 19:31:28
답글

많은 중년이상의 분들에게 이미 현실이고 곧 현실로 닥칠 문제라는 생각입니다...ㅠㅠ<br />
<br />
10년, 20년전에 비하면 국민소득이나 경제성장율이 어쩌고 저쩌고 하고....<br />
개개인들 또한 누구라도 돈에 환장하고 돈챙기는 기술도 나름들 치열해지고 영악해졌건만<br />
어째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일상은 불안불안하고 위태로와지기만 합니다...ㅠㅠ<br />
<br />
알게 모르게 우리들은 돈의 노예 되기를 자처하

원석희 2012-09-03 20:14:31
답글

근데 참 희한한게 경기 좋을때가 있긴 했었나요? 88올림픽 이후로 불경기라는 얘기만 들어온것 같아서요...<br />
하긴 경기좋다고 해도 와 정말 경기 짱 좋은데 이런말은 하지 않을것 같긴 하네요. ㅋ<br />
벌어놓은것 없이 몇년있음 정년....집값폭등...사교육비 부담이 주 요인인듯...공교육만 제대로 되도 최소한 노후자금 정도는 저축할수 있을것 같은데 말이죠.

97december@paran.com 2012-09-03 20:41:59
답글

다시 그분이 강단에 서기를 바래봅니다...

조영석 2012-09-03 21:08:06
답글

집에 와서 보니 많은 분들이 리플을 주셨네요.<br />
감사합니다.<br />
<br />
친구가 정말 힘내서 그 신실한 성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꿋꿋하게 버티기를 바랄 뿐입니다.<br />
<br />
그 친구를 비룻한 많은 사람들이 넘 힘들어 합니다.<br />
저도 별반 예외는 아니구요. 지금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성모 2012-09-03 21:44:21
답글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넘일이 아니네요..

양정식 2012-09-03 21:56:48
답글

힘 내세요.. 인생이 내리막이 있으면..다음엔 오르막만 있을 뿐이죠..

김종근 2012-09-03 22:49:14
답글

저도 내일부터 몸으로 때우는 알바하러갑니다... 먹고사는거이 뭐 그렇습니다...

서광철 2012-09-03 22:55:38
답글

영석님 한마디 껴듭니다.<br />
진실한 맘이 없으면 일당 7만원짜리;;; 일 못합니다.<br />
친구분이 아직 건강하시다고 생각하네요.

조영석 2012-09-04 12:21:52
답글

광철 님 그렇게 생각합니다.<br />
그래서 친구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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