몆 일 전 비오는 저녁시간이었다.
집에서 치킨을 시켜 맥주나 한 잔 하자는 마눌님의 말에,
모처럼 마눌님과 함께 하는건데,
기왕이면 비나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오붓하게 마시는 것이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
싫다는 마눌님을 끌고 집근처 호프집을 찾아갔다.
자리에 앉아 치킨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50 대로 보이는 남자 두 분이 들어온다.
두 분 다 얼굴색깔이 붉으스레한 것이 전작이 있어보이는 모습이다.
자리에 앉더니 이 분들도 치킨 한마리를 주문한다.
우리가 주문한 치킨이 나와 생맥주 한모금을 마시고 치킨 한 점을 물고 막 뜯으려고 하는데,
옆테이블의 그 두 남자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 그러게 너랑 얘기하면 대화가 안통해! "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마눌님께서는 이거 포장해달라고 해서 집에 가서 먹자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맥주도 한모금 마셨는데, 남겨놓고 간다는게 쉽사리 포기가 안된다.
" 좀있으면 가시겠지~ "
이러면서 주저 앉았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30 분 내내 들은 소리는 너랑 얘기하면 대화가 안통해! 였는데,
아마 이 소리를 대 여섯 번은 들은 것 같다.
여기 들어오기전에도 대화가 통하지않아, 대화를 풀기위해 이 곳에 온 것 같은데,
이쯤되면 이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걸 알았을텐데, 그들은 왜 계속 대화가 안통해를 남발하는 것일까?
치킨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위기 망친지는 한참 지났고,
지금이라도 좀 조용히 해주십사 얘기한다는 것도 시기가 지난듯 했다.
치킨은 입에도 안대고 소주만 들이키는, 흥분한 이 들의 귀에 내 말이 들릴 것 같지도 않았다.
섣불리 건드려 괜히 쌈이라도 나면 입을 안여느니만 못하다.
어찌됐든 마눌님과의 오붓한 시간은 진작에 물건너 갔고, 상처뿐인 마음으로 마눌님과 우산을 받쳐들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마눌님께서 한말씀 하신다.
" 거봐 내가 뭐랬어? 집에서 마시자고 했잖아~ "
.........ㅠㅠ
괜히 싫다는 사람을 끌고가서...
알고보니 대화가 안통하는 사람은 그 사내들이 아니고, 바로 우리 두 사람이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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