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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들끼리 전혀 양보심도 배려심도 없네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8-30 13:47:23
추천수 4
조회수   1,095

제목

버스기사들끼리 전혀 양보심도 배려심도 없네요

글쓴이

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내용


아침 출근길. 일산을 빠져나와 행신동 즈음의 정류소에 이르러 입석손님을 통로에 마저

채워넣은 이넘의 버스, 신호가 두 번 바뀔 때까지 도통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잠깐 동안은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불평의 소리가 하나둘 튀어나온다.



‘왜 안가요?’ ‘출발합시다’로 시작된 손님들의 불만이 짜증으로 변하고, 자연스레 호칭도

'기사님’에서 ‘아저씨’로 바뀌었다. 종점 부근인 집 앞에서부터 편안하게 맨 오른쪽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어 상황파악이 수월한 내가 살펴봐도 출발 안할 이유가 없다. 기사양반 왈,

'뒷 차 백미러가 닿아서 출발을 못해요.’ 하고 만다. 아닌게 아니라 버스전용 차선 가운데

옹색하게 두 개 차선을 내어놓은 정류장에 대기하던 뒤쪽 버스의 앞 백미러가 내가 탄 버스의

가운데 부분쯤에 위태롭게 맞물려있다.



‘빨리 빼고 가자’는 손님들의 원성이 민망했던지 그제서야 밖으로 나가 뒷차 기사와

뭐라뭐라 언성을 높인다. 사정을 보자하니, 우리 기사는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던 뒤 버스

앞쪽에 공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그 앞으로 버스 대가리를 들이밀어 승객을 태우는데, 무슨

이유엔선지 기분이 상한 뒤 버스기사가 차를 앞으로 빼서 백미러를 버스 옆구리에 딱 붙여버린

것이다. 얼핏 봐도 뒷버스 오른쪽으로 충분한 공간이 남아있어서 차를 조금만 틀어주면

백미러 부숴질 일도 없이 해결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뒷버스 기사는 요지부동이다.

아마 우리 버스와 마찬가지로 출근시간에 쫒기는 승객들의 원성이 자자할 터인데도 말이다.



결국 참다못한 일부 승객들이 ‘환불하라’는 둥 짜증을 내면서 우루루 버스에서 내려버리고,

남아잇는 승개들로부터 ‘그럼 112에 신고라도 하라’는 불만에 못이긴 기사가 뒤쪽 기사를

두고 뭐라뭐라 욕설을 늘어놓더니 핸드폰을 두드린다. ‘여기, 어딘데요. 뒤에 버스가...

어쩌구... ’ 하는데 그제서야 뒤의 버스가 오른쪽으로 슬그머니 틀어서 빠져나갈 틈을

내어준다. 두 버스 어느쪽 기사가 어느쪽 비위를 건드렸던건지는 몰라도 이 두 기사의

사소한 자존심 싸움, 혹은 시비 덕택에 애꿎은 승객들의 소중한 시간이 10여 분 이상이나

날아가버렸고, 그 뒤에 줄줄이 따라온 다른 버스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준 것이다.



동료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뭐라뭐라 입에 담긴 힘든 욕설을 해가며 그 버스 기사 이름을

단단히 확인하는 기사양반. 나중에 다시 그 버스와 마주칠 때에는 어떤 보복성 해코지를

벌여 결국 죄 없는 손님들만 골탕을 한 바가지 먹여줄까....



하루 종일 길바닥 위에서 근무하는 기사들. 소속회사도 다르고, 나름의 경쟁구도 속에

있긴 하지만 엄연히 동종업종 종사자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길을 다람쥐 채바퀴

돌 듯 뺑뺑이를 되풀이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좁은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면

다른 차량들과 사소한 접촉이나 시비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서 서로 공유하는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즉, 동종직종 종사자들로서의 동류의식이 밑바닥에 깔려있다면, 이런 정도의 문제는 말

그대로 아무 문제도 안될 터이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도 용납이 안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게 어찌, 길바닥을 달리는 버스기사들만의 문제랴. 대한민국 사회 구석구석 어디건, 이런

류의 동류의식이나 배려 따위는 이미 엿장수에 헐값에 넘겨진 지 오래다. 그건 아마도

그놈의 3류 정치 탓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직업인들 중에서 상대방을 밟고일어서야만

자신이 살고 돋보일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면 정치바닥이 가장 대표적인 곳 아닌가.

서로를 못 죽여서 허구헌날 쌈박질에다 온갖 폭로, 비장전이 끊이지 않는 신물나도록 냄새나는

바닥이 그곳 아닌가. 하지만, 그런 시궁창 냄새 진동하는 3류 인생들의 바닥에서 이전

투구하는 그네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뭐가 그리도 대단해 보이고, 뭐가 그리도 관심사안이

많은건지, 아니면 그런 그들이 품고있는 오염물의 전염성이 너무도 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기준을 정치판에 대입해서 살아가는 듯한 일반인들이 허다하다.



‘내 편은 좋은 편이고, 그런 내 편 아니면 모두 나쁜 편’이라는 흑백논리식 단순무식

이분법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이 복잡다단한 사회와 인간세상의 구조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지능력 수준이 딸려서 그럴까. 냄새 풍기는건 똑같거늘, 서로 상대방이 뒤집어 쓰고있는

오물의 양이 조금 더 많네 적네를 기준으로 죽일 놈 살릴 놈을 외치는 정치꾼들의 행태가 뭔가

오묘한 철학적 주제를 품고 있어보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심심한 차에 따라하기 재미있을

것 같아서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봤자 그넘의 정치꾼들, 어느 한쪽이 정치판 거머쥔다고 팔자나 형편이 달라질

가능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길바닥 장삼이사들끼리 심심풀이 삼아 들리는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몰려앉아 저놈은 죽일 놈, 이놈은 살릴 놈... 목소리 돋우는 행태는 참으로 봐주기

민망한 꼴이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길바닥에 바삐 굴러다니는 김씨, 이씨, 박씨...

하는 장삼이사라는 동류의식 같은건 대체 누가 엿이라도 바꿔드셔버린걸까...

한숨 나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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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구 2012-08-30 14:41:35
답글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우리사회는 이미 이전투구의 사회로 변한것이 오래전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br />
좀더 이해하고 양보하고 살수는 없을지 항상 그생각을 하면 멍해지는군요<br />
나이먹은 우리야 이제 얼마만 살으면 걍 마무리 하믄 되지만 우리의 후손이 이런사회에서 사는것이<br />
무서워집니다..

이도경 2012-08-30 14:57:50
답글

둘다 나쁜놈이라고 욕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더 나쁜놈 편드는게 문제죠...<br />
겨묻은 놈이 똥묻은 놈이 나은거고<br />
50보 도망간놈이 100보 도망간 놈보다 나은 겁니다.

이문준 2012-08-30 15:02:49
답글

겨하고 똥의 비유는 아닌 것 같네요. 굳이 따지자면 겨가 좀 섞인 똥이냐, 순도 100% 똥이냐로<br />
분류하는게 정답일듯...

이인성 2012-08-30 16:18:29
답글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는게.... 조중동이죠.<br />
경쟁만이 최고, 뭘하던 이기면 장땡인 사회를 추구하는....

이인성 2012-08-30 16:19:09
답글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면서, 또 그런 사회비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운데...<br />
당사자는 안그런가 봐요.

정윤환 2012-08-30 17:17:01
답글

그넘이나 이넘이나 도낀 개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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